남북의 이산가족방문단은 30일 서울과 평양에서 그리운 혈육을 만난 뒤 첫밤을 보냈다.

◆서울

북측의 방문단은 평양공항 안개로 인해 예정보다 4시간40분 늦은 오후 5시17분쯤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이에 따라 집단상봉을 마친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밤 10시30분에야 만찬을 시작하는 등 전반적인 일정이 모두 지연됐다. 만찬에는 일본으로 피신한(?) 장충식(장충식) 대한적십자사 총재의 불참으로 양영식(량영식) 통일부차관과 장정자 대한적십자사 부총재가 대신 건배를 했다. 만찬석상에서 장 부총재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이 남북신뢰 쌓기의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며 건배를 제의했고, 장재언 북한이산가족 방문단장은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의 교환은 민족의 자주성을 높이는 계기다. 우리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는 민족대단결의 새 경지를 열고 계신다”고 답사를 했다. 이에 앞서 방문단이 오후 6시30분쯤 숙소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호텔에 도착하자, 호텔 직원 200여명이 환영했고 호텔에 묵고 있는 몇몇 내외국인 관광객들도 박수를 쳤다. 북측 이산가족 일부는 ‘조국통일’을 연호하며 손을 불끈 쥐어보이기도 했다.

/염경수기자 ksyoum@chosun.com

◆평양

예정보다 4시간이 늦은 30일 오후 1시50분 평양 순안공항에 착륙한 남측 이산가족 교환방문단은 감격적인 가족들과의 상봉을 마친 뒤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량만길(양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주최 만찬에 참석하는 것으로 설레는 첫날 일정을 마쳤다.

전금진(전금진) 내각책임참사,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 등이 참석한 만찬에서 량 위원장은 “흩어진 가족문제는 외세에 의해 강요된 국토분단의 산물”이라며 “이번 방문이 이 땅에 태를 묻은 수천만 겨레의 비극을 끝장낼 수 있도록 마음을 합치자”고 강조했다.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담당하는 북측 안내원들은 남측 방문단을 따뜻하고 친절하게 맞았다. 평양공항의 지상안내원인 정명옥(20)씨는 이산가족들을 반기며 “우리 부모님이 내려오신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고, 숙소인 고려호텔 로비에는 60여명의 봉사원들이 늘어서 남측 방문단을 환영했다.

그러나 8·15 1차 상봉 때에 비해 시민들의 관심도는 많이 떨어진다는 것이 우리측 관계자의 설명. 1차 상봉 때 평양을 찾았던 한 관계자는 “지난 8·15 때는 공항 광장에 수백명의 환영인파가 나와 남측 방문단을 열렬히 환영했었다”고 말했으나 이날은 30여명의 관계자들만 나와 다소 썰렁한 분위기였다. 취재열기도 줄어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조선중앙TV 등이 남측 방문단 취재에 나섰는데, 북측의 한 관계자는 “1차 상봉 때보다 숫자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숙소로 가는 연도에서도 남측 방문단이 차창 밖으로 손을 흔들며 평양 시민들에게 반갑게 인사했으나, 방문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인지 평양시민들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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