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의 가족들은 30일 서울과 평양에서 이뤄진 이산가족 단체 상봉장에서 유난히 ‘김정일 장군님 덕분’이라는 등의 말을 자주 해 남쪽 이산가족들과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했다.

평양 고려호텔 상봉장에서 처음으로 남쪽의 아버지 현서욱(81)씨를 만난 유복자(유복자) 종만(50)씨는 “아버님 얼마나 고생하셨습니까. 우리는 장군님께서 돌봐 주셔서 아버지 없이도 걱정없이 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현서욱씨는 “조용히 있다가 나중에 식사나 하자”며 말을 아꼈다.

서울에서 올라간 양철영(82)씨는 헤어지기 전 기도와 성경책 읽기에 열심이던 아내 우순애(74)씨에게 요즘도 기도를 드리는지 물어보려 했으나, 아내가 “우리는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의 인덕정치·광폭정치로 아무 근심없이 잘 살고 있다”고 말하자, 씁쓰레한 표정을 지으며 준비했던 말을 가슴에 묻었다.

또 남측 이산가족 중 최고령인 유두희(100) 할머니의 북한 며느리 리화순(66)씨는 첫 대면하는 시어머니에게 “만나니 얼마나 좋습니까. 장군님 덕분이에요”라고 여러 차례 되뇌었고, 신현순(72)씨의 북한 여동생 옥순(71)씨도 “장군님이 아니면 우리가 이렇게 못 만난다”고 말했다.

서울 상봉장에서도 북에서 온 김기만씨는 병상에 누워있는 운보(운보) 김기창 화백을 대신해 나온 조카 김완씨에게 “형님이 명예도 얻고 잘 살고 있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다”며 “수령님의 은덕이 없는 게 아쉬운 일이다”라고 말하고 “네가 (장군님께) 감사의 편지라도 보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량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주최 만찬에서 량 위원장은 “민족주체의 힘으로 나라를 통일하고 민족의 전도(전도)를 열어가야 한다”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우리 인민의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님’ ‘우리 인민의 위대한 김정일 장군님’의 덕으로 돌렸다.

/김인구기자 /나지홍기자 willy@chosun.com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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