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어제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한마디로 국제사회에 정면 도전한 것이다. 이번 발표는 지난 일주일여 동안 한·미·일 3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사회가 어렵게 만들어놓은 ‘외교를 통한 북핵(北核) 해결’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조롱하는 듯한 인상까지 주기 때문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북한 정권은 상대편이 ‘약세(弱勢)를 보인 것’으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정권은 현재 북핵 해법을 둘러싼 한·미간 의견 차이를, NPT 탈퇴라는 초강수를 쓰면서 파고들고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당선자가 “전쟁은 안되니, 대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이야기하고, ‘북한의 선(先) 핵포기’를 요구해 온 미국 정부도 일단 한국의 대화 방침에 일부 동의했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연말 잇달아 핵도발을 감행해 이만큼 왔으니 조금만 더 당기면 된다는 식으로 아예 NPT 탈퇴를 선언해 버린 것이다.

마치 ‘자해(自害) 공갈’을 연상시키는 행동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보상(補償)’하는 듯한 인상을 주면 오히려 북핵 위기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해 왔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한·미 정부, 특히 노 당선자측은 보다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밝히고 이를 북한이 알아차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오는 21일 재개되는 남북장관급 회담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 되어야지, 결코 북한과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나 인상을 줘서는 안된다.

만약 지금 북한 정권으로 하여금 더이상의 벼랑끝 도발이 통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하지 못한다면 북핵 위기는 더욱 고조될 것이고, 그로 인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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