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의 2002 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레나르트 요한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은 제주 롯데호텔에서 조선일보와 특별 인터뷰를 갖고 “2002 월드컵은 아시아 전체 축구 발전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FIFA의 2002 월드컵 책임자로서 한국과 일본의 현재 준비상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우선 제가 공동개최를 제안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당시 공동개최가 안 됐으면 한쪽은 승리의 기쁨을 누렸겠지만 다른 한쪽은 크게 실망했을 겁니다. 현재 두 나라의 조직위원회는 서로 협력해서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서귀포 경기장을 둘러보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서귀포 경기장은 FIFA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산과 바다 사이에 위치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

―공동개최에서 FIFA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입장권을 보다 쉽고, 안전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일입니다.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처럼 암표가 나돌아서는 안됩니다. 또 훌리건(폭력적인 열광팬)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월드컵 남북 분산개최에 대한 FIFA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FIFA는 항상 개방된 마음으로 분산개최의 가능성을 모색해 왔습니다. 남북의 긴장해소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한두 경기를 북한에서 개최하기를 원했지만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지금 시점에서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입장권 시스템, 안전, 경기장 통제 등의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랍니다. ”

―네덜란드와 벨기에가 공동개최한 유로 2000축구대회는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대회가 끝난 뒤 유로 2000 조직위와 한·일 양국이 함께 세미나를 열어 경험을 공유하고, 공동개최의 장단점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제가 없지는 않았지만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봅니다. ”

―한국축구협회는 거스 히딩크 전 네덜란드대표팀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하려고 합니다. 외국인 감독 영입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세계는 좁아지고 있습니다. 선수와 코치들이 많은 국가를 누비고 있습니다. 축구종주국이라는 잉글랜드도 스웨덴 사람인 에릭손을 새 감독으로 영입하지 않았습니까. 부정적으로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

―한국은 올해 개최도시의 경기장이 속속 완공됩니다. UEFA 회장으로서 유럽 각국 대표팀의 방한 경기를 적극 주선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적절한 위원회나 기관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각국 대표팀들도 본선진출이 확정되면 월드컵 이전에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할 것입니다. ”

―FIFA가 중계권료 협상 등에서 월드컵을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상업화에 대한 비판은 인정하지만 현실은 직시해야 합니다. 축구는 TV에서 방송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스포츠입니다. 중계권료는 방송국이 좋은 상품을 사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올라갔지 FIFA가 올린 게 아닙니다. ”

―2002년 FIFA회장 선거에 다시 도전할 계획입니까?

“이미 한 번 시도했고, 실패했습니다. 다시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제 내 나이가 71세인 만큼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가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FIFA회장 후보로서 정몽준 회장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블라터 회장을 비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정몽준 회장은 능력이 뛰어난 분입니다. 세계 축구계에 그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차기 회장 후보로는 정 회장 외에도 여러 사람이 있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

―한국축구는 시드니 올림픽과 아시안컵, 아시아 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잇따라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한국축구를 위해 해주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가장 뛰어난 팀들도 종종 실패하는 경우를 봅니다. 노르웨이 대표팀은 한 때 이탈리아를 5대0으로 이긴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몇 년 후에 누가 승자가 될 것인지가 중요합니다. 지금의 실패는 2002년 월드컵에서 분발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

/서귀포=옥대환기자 rosee@chosun.com

◈요한손 누구인가

요한손(71·스웨덴) FIFA 2002월드컵 조직위원장은 유럽축구연맹 회장, FIFA 부회장을 겸하고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2년 전까지 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에 기반을 둔 건축자재회사 포르보·포르샤가 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요한손은 1998년 FIFA 회장 선거 때 출마, 아벨란제 전 회장 측근인 제프 블라터 현 FIFA 회장과 겨뤘다. 정몽준 FIFA 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장은 2002 월드컵 유치 당시 한국을 지지한 요한손 회장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