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미관계는 50년 동맹관계사(史)에서 최악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서로간의 오해와 불신이 끝없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급기야 한·미관계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태로까지 발전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내 ‘반한(反韓) 내지는 혐한(嫌韓) 현상’이다. 거의 매일 북핵(北核)문제를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는 미국 언론들은 동시에 한국내 반미(反美) 움직임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에는 반미 분위기가 주요한 원인이었다”며 노 당선자와 부시 대통령의 갈등을 기정사실화 하려는 전망들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보통 미국인들의 첫 반응은 ‘배신감’이라고 한다. 한국전쟁 때 피를 흘리며 함께 싸운, 그리고 지금도 3만7000여명의 주한미군이 한국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마당에 “한국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부시 행정부와 호흡을 같이하는 보수 성향의 논객들은 이제 공공연하게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다. 로버트 노박은 워싱턴 포스트지(紙)에 실린 칼럼에서 “노 당선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등거리 정책을 취하고 있다”며 “지금 워싱턴에는 그의 희망대로 주한미군을 철수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으로 상징되는 한·미 안보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전의 기둥이다. 그런데도 아무런 대안없이 주한미군을 배척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한국내 일부 움직임도 문제이지만, 이 문제를 ‘한국 길들이기용’으로 사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미국내 흐름도 결코 바람직하지는 않다.

이젠 냉정하게 이성을 찾을 때다.
그리고 노 당선자가 적극적으로 나설 때가 됐다. 기회 있을 때마다 주한미군과 한·미 안보동맹에 대한 적극 지지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가 공론화·현실화될 경우,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의 피해가 더 클 것인가만 따져본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별로 없다.

노 당선자가 외교팀을 빨리 구성해 이들로 하여금 취임 이전에라도 한·미관계와 북핵 문제 조율에 나서도록 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여기에는 충성심과 선거기여도 같은 요소를 배제하고, 미국전문가들을 대거 포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노 당선자가 위기의식을 갖고 한·미관계 복원에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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