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령 혼자서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려는 것 아닙니까. ”

“아닙니다. 전적으로 제 개인적인 판단 잘못입니다. 윗분들은 전혀 몰랐습니다. ”

28일 오전 국방부 기자실. 합참 해상작전과장인 박모 해군대령을 대상으로 기자들의 ‘추궁’이 이어졌다. 그러나 박 대령은 ‘상부’의 은폐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합참은 지난 14일 북한 경비정이 백령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사실을 은폐한 사실이 27일 국회 국방위에서 드러나자 자체조사를 벌여 이 사실을 숨긴 장본인으로 박 대령을 지목했다. 박 대령은 12일전 이번 사건에 대해 직접 브리핑한 실무자로, 그는 당시 “남북 양측 모두 NLL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지도까지 보여 주면서 ‘상세히’ 설명했었다.

그러나 두번째 브리핑에서 그의 주장은 달랐다. “근무경험에 비춰 NLL 침범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일이어서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 선박이 북한 영해를 침범했다는 북한측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게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 치중하다보니 정작 북한 경비정의 월경(월경) 사실은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

그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합참의 실무자가 “영해 침범한 것은 우리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고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군 실무자들에게까지 남북 화해 분위기를 거스르면 안된다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형성된 것은 아닐까.

정말 그랬다면 군 고위층에서 ‘정치적인 고려’로 발표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당초의 은폐 의혹이 제기될 때보다도 더 큰 일이다. 우리 군의 대북 경계 태세가 기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유용원 사회부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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