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라포트 주한 유엔군사령관은 엊그제 발표한 논평에서 “북한이 정전협정 자체를 지킬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 의심이 간다”며 “대한민국 국민의 안보문제를 해칠 수 있다고 본다”고 경고했다. 주한 유엔사측이 이처럼 강한 어조로 북한을 비난하고, ‘정전체제’에 대한 우려를 밝힌 것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지탱해온 것이 ‘정전체제’인데 라포트 사령관의 논평에는 마치 그 축이 흔들리는 듯한 경고가 들어 있는 것이다.

현재의 북핵(北核) 위기와 정권 교체기라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처럼 우리의 안보를 걱정케 하는 추가적 사안이 발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북한은 ‘정전협정을 무력화’할 계획이 있었다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

유엔사(司)와 북한 사이의 논란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경의선·동해선 구역에 대한 관할권을 둘러싼 것이다.

유엔사측은 이 구역에 대한 행정적 관리권은 남북이 행사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관할권은 여전히 유엔사에 있고, 이 지역에서 발생하는 군사적 문제들은 ‘정전협정에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북한은 ‘유엔사 개입 절대 불가’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남북한과 국제 사회가 동의하는 대체 방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어떤 경우에도 정전체제는 준수되어야 한다. 만약 이 같은 전제가 흔들리면 한반도의 안보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이 논란까지 ‘민족 대(對) 외세의 대결’이라는 식의 공세를 펴는 것이나 이 구역에 기관총을 반입하는 식의 행동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다만 북한과 유엔사측이 번번이 대립하는 이 구역을 통한 남북간 인적·물적 교류에 대한 승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엔사측이 ‘사소한 트집’을 잡는 듯한 인상을 주는 행동은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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