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측과 활동제한 조치를 놓고 마찰을 빚은 황장엽(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김덕홍(김덕홍) 전 여광무역총회사 사장이 25일 ‘반공 검사’ 오제도(오제도) 변호사의 서초동 자택을 찾았다.

오 변호사와 황씨는 1997년 탈북 직후 만나 의형제를 맺은 사이로, 그동안 여러 차례 만났었다. 세 사람은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저녁을 함께 하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오 변호사는 26일 기자에게 “황 전 비서야 나와 마음을 털어놓는 사이이고, 남한에 대해 잘 모르니까 도움을 주고 있다”며 “최근의 근황과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답답한 심정을 주고받았지만, 다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특히 국정원의 ‘안가 방출’ 방침과 관련, “두 사람은 계속 그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며 “국정원도 따뜻하게 이들을 보호하면서 설득시키려고 해야지, 감정적으로 나가라는 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필요하다면 두 사람의 뜻을 임동원(임동원) 국정원장에게 전하는 등 중재에 나설 용의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북한 민주화 사업’과 관련, 오 변호사는 “황·김씨는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하지 않으면 못산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북한 민주화 작업은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며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한 두 사람에게 사정이 달라졌다고 이를 막는 것은 그들의 존재 목적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황씨는 김영삼(김영삼) 전 대통령이 27일 오전 그를 상도동 자택으로 초청한 데 대해서는 ‘그동안 해놓은 것이 없어 부끄럽고, 정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불응하기로 한 대신, 오전 국회 정보위원회 간담회에는 출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