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남측 지역 자유의 집 3층 남북 연락사무소 한 구석에는 두 달 가까이 읽지도 않은 국내 일간신문과 경제신문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 민주조선과 교환돼 북으로 올라갈 신문들이지만 북측이 받기를 거부해 ‘대기상태’에 있다.

남북한은 지난 8월 남한 언론사 사장단 방북시 합의에 따라 10월2일부터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를 통해 남한의 10개 중앙 일간신문과 4개 경제신문 각 5부씩 70부와 북한의 노동신문 민주조선 각 35부씩 70부를 교환했다. 그러나 북한은 닷새 만인 6일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신문 교환을 중단시켰다.

이후 북측 연락관들은 “평양에서 신문이 내려오지 않았다” “평양에서 (신문교환에 대한) 지시가 없다”는 등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 연락관들이 “우리 신문이라도 받으라”고 말하면 “남쪽 신문을 받으라는 지시도 없다”며 거부해 왔다는 것.

신문교환은 연락사무소가 쉬는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아침 11시에 이뤄졌다. 신문협회에서 북으로 올라갈 신문들을 아침 6시30분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 갖다 놓으면 직원들이 판문점으로 가져 간다. 회담사무국 관계자는 “북한이 신문교환 중단을 공식 선언한 게 아니라, 연락사무소에 신문들을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왜 신문교환을 중단했을까. 정부 당국자들은 처음엔 노동당 창건 55주년(10.10) 기념행사로 바빠서 잠시 중단한 것으로 분석했으나,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 한 당국자는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매일 평양에서 신문 수송차량을 판문점까지 보낸다는 것도 북측의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부담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당국자는 “우리측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초청에 남한의 정부·여당 인사들은 외면한 것이 북측으로선 기분이 상했을 수도 있다는 것. 최근 남한의 특정 인사에 대한 비난이 다시 시작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전반적인 남북관계 속도 조절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