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영화 교류의 윤곽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북한 민족화해협의회(위원장 유미영) 초청으로 지난 11일 방북, 7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19일 북경을 거쳐 귀국한 임권택 감독과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문성근 스크린쿼터 문화연대 이사장, 이용관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강우석 감독 등 한국 영화인 10명은 남한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북한의 민족화해협의회를 창구로 남북간 인적·기술적 교류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포 공항에서 만난 방북단은 “학술 교류와 영화제 교류에서 먼저 구체적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방북 결과를 정리했다. 김동호 위원장은 “내년 부산 국제영화제에 북한 영화와 북측 대표단이 오고 2002년 평양영화축전에 우리 영화가 상영되는 일은 이변이 없는 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고 밝혔다. 이용관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은 “상호 확인된 신뢰를 바탕으로 늦어도 내년 1월까지 베이징에서 다시 만나 구체적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합작은 극영화보다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먼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배우 문성근씨는 “문익환 목사 일대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제작에 북측이 참여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고 밝혔다. 북한 측은 ‘심청전’ 등 우리 고전을 영화화하는 일에 공동제작 의사가 있는지 물어오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가 상영되거나 배우들의 양쪽 영화 출연 교류, 본격 남북 합작에 이르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방북단은 전했다. 방북 중 구체적으로 사업이 논의된 것은 없으며, “일단 서로 얼굴을 익히는 기회로 유익했다”는 것이 방북단의 자체 평가다. /이동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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