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자의 이름에서 ‘자(자)’로 끝나는 이름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70년대 이래 대대적인 개명작업으로 없애왔기 때문이다. 이유는 왜풍이라는 것. 북한의 이름짓기 관습은 이제 우리와 많이 달라졌다. 형제자매간에 돌림자를 쓰는 관습은 여전하지만 친족, 성씨간의 항렬자를 따지는 일은 거의 없다. 본관을 따지지 않고 한자이름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이름은 대체로 부모가 짓는다. 남자아이의 경우 강한 느낌을 좋아한다. 그래서 ‘철’자가 많이 들어간다. 한자는 안 쓰지만 대개 ‘쇠 철(철)’로 인식한다. ‘용’ ‘남’ ‘일’ ‘춘’ ‘혁’ ‘동’ ‘복’도 흔한 이름자다. 여자아이의 경우 ‘예쁜’ 이름이면 그만이다. ‘희’ ‘옥’ ‘선’이 들어가는 이름을 좋아하지만 이름에도 유행이 있어 조금씩 선호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름에 길흉화복이 담긴다는 관념은 거의 없어 작명가에게 맡기는 공을 들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북한사람들 역시 아이 이름짓는 일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사람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따오기도 한다. 이름을 한자로 쓰지 않는다고 해서 순우리말 이름이 흔한 것은 아니다. 간혹 아침이, 새벽이, 별이 등의 이름을 짓고, 교과서에 봄이와 꽃니라는 이름이 나와 있는 정도다. 일성, 정일, 정숙 등의 이름을 짓는 것은 금물이다. 일성은 전무하고, 정일, 정숙 등은 간혹 남아 있지만 새로 지어지는 일은 없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남한 초등학교 1학년 바른생활, 생활의 길잡이, 북한 인민학교 1학년 공산주의 도덕에 나오는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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