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을 수행중인 청와대의 황원탁(황원탁) 외교안보수석은 베를린 선언의 배경에 관해 기자들에게 설명한 뒤 다음과 같은 문답을 가졌다.

―북한의 예상 반응은.

“부정적으로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

―정상회담 제의는 빠져 있는데.

“그것은 남북대화의 범주 속에 다 포함돼 있다. 어떤 회담도 좋다. 남북 당국자간 대화를 해 나가자는 것이다. ”

―김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한간 특사의 수준은.

“지금 (특사의) 급을 정해놓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

―북한이 부정적으로 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가 있나.

“선언 내용이 북한에도 이롭고 우리에게도 이롭다는 것이다. 또 한반도 냉전구조를 해체하고 평화 정착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북한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

―북한에 대한 사전 탐지가 있었는가.

“사전 정지작업은 없었다. ”

―선언내용을 북한에 사전 통보한 뜻은 뭔가.

“신뢰구축 차원에서 한 것이다. 북한은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마치 우리가 북한의 옷을 벗기려고 하는 것으로 의구심을 갖고 보아왔다. 그러나 조금도 의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진정 북한의 어려움을 도와주려는 것이니, 한반도 평화정착의 참뜻을 이해하고 신뢰를 쌓아 나가자는 것이다.

―북한의 반응이 없을 경우, 민간 경협은 중단되는가.

“현대가 북한에 서해공단을 만든다면 800개의 중소기업이 들어가도록 돼 있다. 그러나 투자보장협정이나 이중과세방지협정이 안되면 들어갈 수 없다. 그러면 결국 북한에도 불리한 일이 된다. ”

―다른 나라의 대북투자는.

“다른 나라는 혼자 투자하기 어렵다. 북한을 알아야 하는데, 우리도 모르는 걸 어떻게 외국기업이 아는가. 남북이 200만명 이상이 중무장한채 대치해 긴장이 해소되지 않고, 또 남북 대화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외국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다고 보는가. 이를 위해서도 북한은 우리와 대화해야 한다. ”

―북한에 무조건 지원하나.

“그렇게 단정하면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북한의 어떤 요청이라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

―북한을 끌어들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는가.

“김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은 의지 천명이자 개념 선언이다. 구체적 시행계획은 북한의 반응에 따라 세워나가야 한다. ”

/베를린=김민배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