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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베를린 선언’ 북지원, 정부가 직접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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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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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9일 ‘베를린 선언’은 지금까지 대북정책을 ‘정경(정경)분리’ 원칙 아래 민간 경협 위주로 펴 오다가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좀더 본격적인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당국간 대화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 핵심이다.

김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정책을 논리적으로 집대성한 이 베를린 자유대학 연설문을 유럽 순방길에 오르기 보름 전부터 직접 작성하기 시작, 순방길에 오른 뒤에까지 수정을 거듭하는 등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 연설문에서 자신의 햇볕정책은 ‘접촉을 통한 변화’로 요약되는 고(고)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동방)정책에서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북한의 도로 항만 철도 전력(전력) 통신 등 기반시설의 확충과 ▲식량난 해소를 위한 북한 농업구조 개혁 지원 ▲대북 투자 촉진을 위한 남북한간 투자보장협정과 이중과세방지협정 등 과제를 제시했다.

이런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나서겠으니, 당국간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북한의 기반시설이 취약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가령 얼마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단이 경수로 관련 회담을 위해 묘향산내 향산호텔에 머물 때 하루에도 몇번씩 전기불이 나갔다 들어왔다 했다고 한다. 도로, 통신사정 모두 마찬가지다. 식량 사정도 그렇다. 북한이 1년간 부족한 식량은 최저 100만t에서 200만t에 이른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본이 4월 수교협상 재개의 ‘선물’로 내놓을 식량은 10만t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특사교환’을 위한 실무회담은 93년 10월에서 94년 3월까지 8차례에 걸쳐 열렸으나, 94년3월 북측 대표 박영수(박영수)의 ‘서울 불바다’ 발언으로 결렬된 이후 단절됐다. 이산가족 문제도 현정부에 들어와 98년 4월과 99년 6월 두번씩이나 비료지원과 연계해 차관급 회담을 가졌으나, 소득없이 끝났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한 또 하나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것은 당면 과제는 통일이 아니라 화해·협력과 공존공영이라는 점이다.

당장 통일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이 말은 김 대통령의 3단계 통일론에서 첫번째 단계인 ‘독립국가 연합’의 구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에 따라서는 ‘분단 지속 정책’이란 비판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장 통일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고, 그럴 경우의 혼란과 통일비용 문제도 벅찬 부담이므로 차라리 남북이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접근이라고 김 대통령은 생각하는 것 같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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