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권은 정말 신뢰할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힘든 집단이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 준비가 한창인 상황에서, 중동지역에 스커드 미사일을 수출하겠다고 나선 북한의 무모함에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결국 북한정권은 겉으로는 번지르르한 평화 공세와 선정·선동을 펼치지만, 뒤로는 핵을 개발하고 미사일을 수출하는 국제사회의 난폭자였다는 사실이 어제 예멘 인근해양에서 10여기 이상의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 선박이 나포된 사건을 통해 재확인된 것이다. 그리고 더 이상 북한이 ‘악의 축(軸)’이고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주장을 반박하기도 힘들게 됐다.

따라서 우리도 북한의 실체를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군사력이 대치하고 있는 남북한 관계의 특성상, 남북대화와 일정정도의 포용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중성을 전제하지 않는 유화정책 일변도로는 평화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북한에 역(逆)이용당할 뿐이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이 그 대표적 예다.

문제는 지난 5년에 걸친 현 정부 대북정책이 우리 내부에 북한의 실체에 대해 환상적 인식을 심어주었다는 사실이다. 남북관계에 상호주의를 적용하는 것은 북한을 자극하기 때문에 위험하고, 그렇게 되면 전쟁이 난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일방적 유화정책의 결과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북한의 상응한 변화가 아니라 ‘핵개발과 미사일 수출’인 것이다.

비밀 핵개발에 이어 북한의 미사일 수출까지 현장에서 적발된 이상, 우리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국제공조에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전체를 재앙으로 몰아넣을 수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미동맹 및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게 시급하다. 최근의 ‘반미(反美)문제’ 해결 노력도 이 같은 큰 틀의 동맹관계 강화 차원에서 다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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