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함남 요덕 15호 수용소(위장명칭 조선인민경비대 2915군부대)에서 지냈던 기자가 10년 전 남한으로 올 때 가졌던 바람은 딱 한 가지였다.

“남한에만 가면 북한의 수용소에서 자행되고 있는 처참한 인간말살 행위를 전 세계에 폭로하고 그곳 사람들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당시 안전기획부의 조사과정에서 인공위성 사진인지 그림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요덕수용소 자료를 확인하는 순간 이제 수용소 실상이 세계에 알려져 수감자들에게 자유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에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비밀사항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정보당국의 ‘비치용’일 뿐이었다.

한국에서 북한수용소의 현실을 폭로해도 그 심각성을 제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무리 말해도 ‘증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곳에 갇혀있는 사람들에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국제사회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가 문제가 될 때도 있지만 구체적인 자료를 구하기가 워낙 어려운 탓인지 지속적인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러기를 10년, 우연히 위성이 찍은 북한 회령 제22호 정치범수용소 사진을 보는 순간 그곳에서 비참하게 죽어가고 있을 사람들이 눈앞에 떠올라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기자가 있었던 요덕수용소는 아니지만 3대가 멸족당하는 인간말살의 현장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온몸이 떨렸다.

그곳에서 7년간 경비병으로 근무했던 탈북자 동료를 통해 그곳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더 이상 무슨 ‘증거’가 필요한 것일까. 처음으로 공개된 위성사진이, 북한 수용소에서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많은 우리 동포들에게 한 줄기 생명의 불빛이 되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姜哲煥·통한문제연구소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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