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북 회령에 있는 제22호 정치범수용소는 내부적으로 ‘조선인민경비대 제2209군부대’ 혹은 ‘국가안전보위부 백산구 보위부’로 불리는 북한 최대의 정치범수용소다. 이곳에서만 7년을 근무해 회령수용소는 손금 보듯 알고 있다.

회령수용소는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나갈 수 없는 ‘완전 통제구역’으로 북한에서도 가장 악명 높은 정치범수용소로 꼽힌다.
여기에는 약 5만명의 정치범과 그 가족들이 수용돼 있으며, 이들 대부분은 북한당국에 의해 철저히 사회와 격리된 채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회령수용소는 회령시의 중봉리·굴산리·행영리·락생리·사을리·남석리 등이 포함된 곳으로, 80년대 말 해산된 12·13호 수용소의 수형자 일부를 합류시키면서 당초 3만 명에서 5만명으로 늘어났다. 수용소 외곽에는 높이 2.2m의 전기철조망이 쳐져 있으며, 탈출자들이 이용할 만한 통로에는 깊은 함정을 만들어 죽창까지 꽂아두고 있다.

경비대원들은 유사시에 대비해 항상 전투태세로 근무하고 있으며, AK소총에 탄창을 장전하고 수류탄까지 휴대하고 군견을 데리고 경비를 선다. 군견은 정치범만 보면 달려드는 훈련을 받아 군견에게 물려죽은 정치범들이 많다.

북한당국은 1950년대 말 이 수용소를 설치,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수용자 가운데는 20년 이상 버티며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수용자 대부분은 지주·자본가·종교인, 6·25당시 치안대 가담자, 60~70년대 권력투쟁에서 패배한 이른바 ‘반당 종파분자’들과 반체제 활동 연루자 및 그 가족들이다.

수용소 안에서는 정치범 가운데 감독·반장을 선출해 자율 통제하고 있으며, 새벽 5시부터 겨울은 저녁 7시, 여름은 8시까지 강제노동에 동원된다. 작업 후에는 김일성·김정일 학습과 생활총화, 기타 지시 사항을 전달하는 회의를 갖는다. 밤 10시부터는 일절 통행이 금지된다. 정치범의 집에는 김 부자 초상화도 걸지 못한다.

수용소는 대부분 농토이며, 수용자들의 마을과 학교·병원 등도 있으며 보위부·경비대본부와 초소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정치범에게는 하루 300g의 옥수수만을 공급해 영양실조가 만연해 있으며 고문·구타·공개처형 등이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탈주자는 무조건 공개처형 시킨다. 22호 수용소의 주요 생산물은 석탄과 농축산물이며 회령의 특산물인 백살구 등 과일밭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봉지구 탄광은 ‘김책제철연합기업소’와 ‘성진제강연합기업소’에 공급할 석탄생산을 전담하는 곳으로, 2만명이 결집된 곳이며 영양결핍과 가중한 노동으로 인명피해가 빈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용소에서 생산되는 가축은 평양으로 공급되며, 농산물은 국가안전보위부와 함경북도에 공급되고 있다.

이곳 경비원들이 처음 수용소에 배치돼 받는 교육내용은 “정치범은 우리의 적이며 3대를 멸족시켜야 하는 반동들”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용자들이 겪는 참혹한 인권유린과 비참한 삶을 직접 목격하면서 “우리(보위부와 경비대)가 너무 심하지 않은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곳을 탈출한 지 어느덧 8년이란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까지 수용소가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가슴이 미어지는 아픔을 느낀다.
/정리=姜哲煥기자


●안명철은 누구?
안명철(33)씨는 함경남도 홍원 출신으로 1987년 8월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인민경비대에 선발돼 제22호 회령수용소에서 7년간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부모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히면서 본인도 신변의 위협을 느껴 완전 무장한 채 수용소를 탈출해 94년 9월 탈북, 중국서 북한 요원들의 끈질긴 추적을 따돌리고 한국에 왔다. 안씨는 제22호 정치범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한 ‘그들이 울고 있다’(1995)는 수기를 냈다.




▲함경북도 회령에 있는 제22호 정치범수용소 내 중봉지구. 수용소 내 6개 지구 가운에 하나인 이곳은 정치범 가족 마을과 독신자합숙소·탄광·화약고 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2만여명의 정치범들이 수용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철도인입선
2. 갱입구 및 갱사무실
3. 화약고
4. 석탄
5. 정치범 독신자합숙소
6. 정치범 독신자합숙소
7. 정치범 독신자합숙소
8. 갱입구 및 갱사무실
9. 탄광보위부
10. 정치범 병원
11. 정치범 가족마을
12. 벽돌공장
13. 정치범 가족마을
14. 탈곡장
15. 화약고
16. 화약고(경비대관리)



▲함경북도 회령 제22호 정치범수용소 내 행영지구. 수용소의 중심부로 경비대대와 보위부 사무실, 식료공장, 고사포진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약 3000명의 정치범이 수용돼 있다.

1. 못자리판(냉상모판)
2. 정치범마을
3. 탈곡장
4. 정치범마을
5. 정치범마을
6. 가구공장
7. 경비대 수리기지
8. 탈곡장
9. 경비대 및 보위부용 가족농장
10. 탈곡장
11. 정치범 어린이학교
12. 탈곡장
13. 고사포진지
14. 경비대대 본부
15. 보위부 본부
16. 김일성ㆍ김정일 혁명사상연구실
17. 문화회관
18. 구류장
19. 못자리판(냉상모판)
20. 정치범마을
21. 경비대 훈련장
22. 식료공장
23. 제약공장
24. 백살구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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