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노무현 후보와의) 선거 공조에 관한 우리의 책임을 다하려면 대북정책에 대한 의견 조율이 먼저 있어야만 한다”며 노 후보의 대북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엄격히 말하면 철학과 정책에 있어 너무나 상이한 시각을 가진 두 사람의 단일화 협상은 이런 차이를 먼저 해소한 뒤에 하는 게 일의 순서였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본격적인 선거 공조를 앞두고 정 대표측이 첫 정책 조율 대상으로 ‘대북정책’을 꼽은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후보 단일화의 완성을 위해 불가피한 과정이다.
대북정책은 두 사람의 견해 차이가 가장 컸던 영역 중 하나이고, 또 한반도 안보 및 대북관 등에 관한 문제인 만큼 이를 지켜보는 국민적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북한 핵 위기가 거론되는 현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한 평가나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에 대한 구체적 입장은 한반도의 진로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북한 핵 문제와 대북 지원에 대한 노·정 두 사람의 입장 차이는 분명하다. 노 후보는 “북한 핵 개발 중지와 미국의 적대적 관계 중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며 대북 제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정 대표는 한때 핵 문제와 대북 지원 연계 주장을 폈을 정도로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달 27일 열린 후보 단일화 TV 토론 때 정 대표는 “남북한을 똑같이 놓고 보는 노 후보의 역사관이 위험하다”고 했고, 이에 대해 노 후보는 “그렇게 말하는 것은 냉전적 사고”라고 반박했다. 정 대표는 이번에 대북정책 변경을 요구하면서도 “노 후보에 대해 일부 유권자들이 걱정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시각 차이를 돌아볼 때 이제 선거가 보름 남짓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양측은 이른 시일 안에 정리된 시각 조정과 합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단일 후보가 국민에 대해 지고 있는 책무다.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