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이 사실상 무산됨으로써 급류를 타던 미·북관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양국은 조명록(조명록) 북한 특사의 방미와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뒤이은 미사일 회담을 통해 관계 정상화 가능성을 숨가쁘게 타진했으나, 클린턴의 전격 방북은 시기상조임을 확인하는 데 그쳤다.

양국이 최고위급 인사의 상호방문을 통해 이해의 폭을 크게 넓히기는 했지만, 북한 핵과 미사일,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 등 현안들에 대해 결국 수사(수사) 이상의 실질적 타결에 이르지 못하게 된 것은 양국의 여건이 그만큼 무르익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양국은 무엇보다 북한 미사일 문제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했다.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과 수출 통제를 클린턴 방북 정당성 확보의 필요조건으로 보고 실질적 해결을 모색했으나, 북한은 ‘포괄적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 협상력의 전략적 자산이자 자위수단인 미사일의 개발과 수출을 쉽사리 포기할 수 없음을 다시한번 확인한 셈이다.

임기 말 클린턴 행정부의 초고속 대북접근에 대한 미국 내 비판적 여론도 제동장치로 작용했다. 미 언론과 공화당이 대북 ‘공인(공인)’ 시기상조론을 앞장서 주장했다는 점은 미·북 관계 정상화가 앞으로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7일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클린턴의 방북이 물건너가는 것은 물론,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행정부보다 강경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워싱턴 외교 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가 당선되면, 클린턴의 임기 내 방북이 실현될 수도 있다고 점치는 이들도 일부 있지만 대세를 이루지는 못하고 있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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