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에서는 개를 찾아 보기 어렵다.

북한 당국은 ‘혁명의 수도’를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집에서 개를 키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평양 시민들은 거리 청소와 집 청소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으며 큰 행사가 있을 때에는 대대적으로 청소를 실시한다. 특히 외국인들이 참가하는 행사 때는 더욱 신경을 쓴다. 그러니 여기저기 마음대로 쏘다니며 똥 오줌을 싸는 개는 물론이고, 집에 묶어 놓는 개도 키울 수 없게 돼 있다. 평양의 어린이들이 개를 보려면 동물원으로 가야 한다. 아니면 지방의 친척집이다.

평양에 개가 드문 또 다른 이유는 평양 시민들에게 아직 애완견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개를 사람 다루듯 키우는 것을 북한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북한 언론은 한국이나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에게 목욕시키고 고기 먹이고, 옷 입히고 하는 것을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의 대표적 사례로 보도하기도 한다.

이런 평양에도 최근 외화상점에 애완용 개가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주로 돈 많은 재일교포 출신들이 사 간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평양 시민들은 잡아 먹지도 못할 개를 귀한 양식을 먹여 가며 ‘재미’로 키운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한다.

평양에 그나마 애완견이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을 앞두고 “우리 여성들이 목걸이, 귀고리 하는 것과, 애완용 개를 키우는 것을 막지 말아야 한다”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개를 좋아했으며 주석궁에서 기르던 관상용 여덟 마리와 애완용 일곱 마리가 그의 사후 평양 동물원으로 옮겨졌다고 노동신문이 1995년 5월 보도하기도 했다.

/김광인 기자 kk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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