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발표된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의 성명만 보면, 장충식(장충식) 대한적십자사의 월간조선 인터뷰 내용을 문제삼아 장 총재를 교체하라는 요구로 보인다. 북측 주장은 장 총재가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북한 체제 비방·중상에 이용했으니 그가 총재로 있는 한 대화도 않을 것이며 11월 30일부터 2박3일간 실시할 이산가족 2차 교환방문과 12월 13일로 예정된 3차 남북 적십자회담도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명이 장 총재에 대해 “반북 대결에 환장이 된 극우익 세력들을 대변해 나선 데 대해 민족의 이름으로 그 죄과를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그가 적십자사 총재로 있는 한 이산가족 문제를 풀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 대목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6·15 공동선언’을 역행해선 안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장 총재의 인터뷰의 일부분만 문제를 삼았다는 점에서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사실 장 총재는 인터뷰에서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해 상당한 고생을 했다” “북한도 정치적 선전을 위해 연출하지는 않는다” “북측의 태도도 중요하지만 우리 마음가짐의 변화도 중요하다” 등 북측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종 강조했다. 그는 심지어 “이런 말을 하면 북한을 대변하는 것처럼 오해하는 분도 계시겠지만…”이란 단서를 달 정도였다.

때문에 북측이 겉으로 장 총재 교체를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우리측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산가족 추가 상봉을 중단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장 총재의 인터뷰가 실린 월간조선 10월호가 지난 9월 20일 발매됐는데, 북측이 한달 반이나 지나서 성명을 발표한 점도 석연치 않아 보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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