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요금 낼 돈이 없어 공공요금 지로 용지가 무섭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

31일 열린 ‘저축의 날’ 행사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은 귀순가수 김용(김용·40)씨. 지금은 북한음식 전문점 ‘모란각’의 대표이자 70개나 되는 체인점을 거느린 어엿한 사장이지만, 91년 귀순한 후 가수활동으로 번 돈을 사기당했고 유치원을 세웠다가 실패하는 등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느라 ‘수업료’를 톡톡히 치렀다.

실패를 거듭한 끝에 그는 청소년 스케이트 대표선수로 활약하던 시절 주방장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요리 솜씨를 밑천삼아 은행에서 돈 5000만원을 빌려 96년 7월 일산에 ‘모란각’을 차렸다.

그후 국내는 물론 미국과 일본에 분점을 낼 정도로 대규모 체인으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김씨는 직원들에게 “통일되면 평양으로 휴가 가자”며 지금도 365일 영업을 고수한다. 또 모란각 전 지점의 수익금 1%에 해당하는 돈으로 1주일에 한번씩 고아원과 양로원에 음식을 제공한다.

“북한에는 저축 개념이 없어 처음엔 은행에 돈 맡겼다가 떼일까봐 저금을 하지 않았다”는 김씨는 “이제는 저축이 생활의 일부가 됐다”고 했다. 또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귀순자들에게 “적응기간이 필요하니까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고 생활하라”고 격려했다.

/강경희기자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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