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김경원칼럼 미국의 이익은 무엇인가?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00.11.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러시아 외무성 비밀문서에 의하면 러시아는 자신이 한반도를 먹으려고 하는 경우, 중국과의 충돌이 불가피하게 되고 일본과 서방세력은 중국편을 들 것이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지배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으므로 러시아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조선이 중국에 예속되지 않도록 일본·미국과 협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물론 이 문서는 근래에 작성된 것은 아니다. 1888년 5월 제정 러시아 외무부 아주국장이 연해주 지사와 한 대화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북한의 조명록 특사가 워싱턴을 다녀간 후, 거의 같은 시간에 중국 국방부장과 미국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는 것을 보면서 19세기말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경쟁논리를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미국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중국이 한반도를 지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 고위각료급 특사를 평양에 파견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중국도 미국도 이를 부인할 것이다. 중국은 ‘항미원조(항미원조)’를 기념하기 위한 방북이라고 할 것이고 미국은 아예 지정학적 동기 자체를 부인할 것이다.

미국은 원래 지정학적 동기를 부인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미국자신은 세력균형 같은 세속적 목적을 추구한다고 인정하지 않고 세계평화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만을 위해 행동한다고 자부하는 나라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추구해온 아시아 정책을 보면 항상 이 지역의 세력균형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20세기 초 러일전쟁에서는 러시아의 동진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지지했고, 1930년대에 와서는 일본의 아시아 지배를 막기 위해 중국편을 들었다. 2차대전 후에는 소련과 중국의 동맹세력을 견제했으나 중·소 분규 이후에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과 접근하기도 했다.

지금도 기본적으로는 마찬가지다. 미국은 자신의 외교정책을 ‘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인권보호’ 등으로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모순덩어리다. 가령 클린턴 대통령은 8년 전 부시 대통령에게 도전했을 때 인권을 유린하는 중국 지도자들과 어울린다고 부시를 맹렬하게 공격했는데, 지금은 중국보다 훨씬 더 부정적인 인권기록을 가지고 있는 북한 지도자를 찾아가겠다고 할 정도다.

미국도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지정학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명백하다. 그리고 동북아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이익은 세력균형의 유지, 즉 패권세력의 등장을 방지하는 데 있다.

이렇게 보면 북·미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강성대국’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세력균형을 위협하는 패권추구 국가라고는 보기 힘들다. 물론 미사일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문제만 해결되면 북·미관계는 적대적일 필요가 없어진다.

냉전시대에는 북한이 소련진영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 한반도에 군사적인 개입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북한도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하면서도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가 필요하게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미국도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할 필요가 있으므로 북한과의 접근은 지정학적으로 유용한 요소가 된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남과 북이 모두 미국과의 관계를 갖게 되는 것이 유쾌한 경험일 수는 없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이익이 우리의 이익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동북아의 세력균형은 미국의 정책목표인 동시에 우리의 자주독립을 위한 필요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사회과학원 원장·고려대 국제대학원 석좌교수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  Tel : (02)724-6650,6523  |  E-mail : nkchosun@chosun.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SITE_MANAGER
Copyright © 2013 NKchosun.com. All rights reserved. Contact webmaster for more 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