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 후보의 현대전자 주가조작 개입 의혹을 제기한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돌연 귀국한 배경을 놓고 일각에서는 설왕설래가 분분하다. 2년 넘게 외국에 가만히 있다가 어째서 대통령선거를 한 달밖에 안 남긴 시점에 갑자기 들어왔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로선 현 시점에서 그의 귀국을 그런 특별한 선입견이나 특정한 입장에 서서 예단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그가 도쿄와 로스앤젤레스에서 잇따라 제기한 주장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것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주장한 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대통령 후보로서 정몽준씨의 자격 상실은 물론 무거운 형사 처벌까지 받아야 할 범죄행위다. 따라서 이씨는 자기 주장이 옳다면 즉각 명확한 증거를 내놓아 이 불법을 바로잡아야 한다. “입증할 자료가 있다”면서 내놓지는 않고 자꾸 변죽만 울리는 것은 거꾸로 자기 주장의 진의를 의심받게 할 뿐이다.

이씨는 또 하나의 국민적 관심사인 ‘4000억원 대북 지원’ 의혹에 대해서는 자신과 무관할 뿐 아니라 알 수 있는 위치도 아니었다고 말하는데, 이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 자기 말처럼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몽준이를 잘 봐달라”는 부탁을 받을 만큼 총애를 받는 심복이었다면, 그리고 4000억원이라는 돈이 그룹 총수도 모르게 움직일 수 있는 액수가 결코 아닌 것이 상식이라면 그런 거액의 흐름을 그가 모르고 있었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결국 진실을 밝히는 것은 검찰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다 고발이 돼 있는 사건이므로 검찰이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그를 참고인으로 조사해 핵심에 접근할 수 있다.

항간에는 신임 검찰총장과 서울지검장이 ‘게이트’ 수사 축소 책임의 당사자라는 점을 들어 현 검찰의 입지와 능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주가 조작’과 ‘4000억원’ 수사는 따라서 이 같은 파행 인사의 후유증과 고문 치사사건 여파로 어수선해져 있는 검찰이 스스로의 건재함을 안팎에 알리는 시금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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