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보(운보) 김기창(김기창·88) 화백의 동생 기만(71)씨가 남한 방문단에 포함돼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충북 청원군 내수읍 형동리 ‘운보의 집’ 관계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병석에 누워있던 김 화백은 수화와 필담을 통해 동생의 남한 방문 소식을 접한 후 방에 걸어둔 동생 기만씨의 작품 ‘홍매(홍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운보를 5년 동안 곁에서 간병해온 박태근(박태근·여·50)씨는 “선생님이 평소 동생 작품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달랬다”고 말했다. 아들 김완(김완·52)씨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북에 있는 삼촌을 꼭 만나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소원을 이루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동생 기만씨는 북으로 갈 당시 서울시립미술연구소 연구생으로 일했고, 북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펴 공훈화가의 반열에 올랐다. 운보는 지난 90년대 초 북한에 다녀온 인사를 통해 여동생 기옥(74·의사)씨와 막내동생 기만씨 소식을 접했고, 이후 인편을 통해 기만씨의 사진과 작품들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사람들은 당시 제3국에서 동생과의 상봉을 주선하려 했지만 김 화백은 “동생들이 화를 당할지 모른다”며 거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남북 정상회담 이후에 뚜렷한 심경변화를 일으켜 동생들과의 상봉을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창 화백은 지난 96년부터 고혈압과 뇌졸중 등 노환으로 여러 차례 병원신세를 지다 지난 7월부터 운보의 집에 칩거하며 요양 중이다. /청주=유태종기자 tjyou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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