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이 27일 보내온 이산가족 2차 교환방문 후보자 200명 명단은 60대와 70대 이산가족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헤어질 당시 직업은 노동자가 62명으로 가장 많았고, 농업 60명, 학생 45명이었다. 1차 교환방문 때 유명예술인과 학자들이 대거 포함됐던 것에 비하면 유명인들은 상대적으로 줄었다.

◆북한의 인텔리

북한의 공훈화가인 김기만(71)씨가 형인 운보(운보) 김기창(김기창) 화백을 찾는 것이 가장 눈에 띈다(관련기사 35면). 또 6·25 당시 인민군에 입대해 월북했던 양판기(68)씨는 공로를 인정받아 ‘공화국 영웅’ 칭호까지 받았던 인물이고, 자동차 조수 출신인 신현문(69)씨는 월북 후 검사로 변신, 개성검찰소 검사로 30여년간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작농 출신인 로승득(69)씨는 현재 ‘자강도 임업연합기업소 자재상사 사장’으로, 북한 임업발전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서울여자의과대학 생화학교실 교원이었던 홍사옥(74)씨, 서울사대 수학교원 리종림(81)씨, 서울대병원 의사 출신인 박문근(75) 황별렬(71)씨 등이 눈에 띄고, 신명균(69)씨는 서울교향악단 단원 출신이라고 적어 눈길을 끌었다.

◆특이한 사연

1차 교환방문 때는 남측 아내를 찾는 북측 남편이 5명이었으나 이번에는 26명이나 됐다. 그중에서도 오일세(75·충남 연기군 출신)씨는 아내를 찾으면서 그냥 ‘임씨(74)’라고만 표기, 그동안 아내 이름을 잊어버린 것으로 보여 이산의 아픔을 엿보게 했다. 남편을 찾는 사연은 유일해, 수원견직공장에서 노동일을 했던 박삼서(73)씨가 남편 김인중(81)씨와 딸 김정희(54)씨를 찾고 있다. 박씨는 당시 남편이 고려대 학생이었다고 밝혔다.

최고령 상봉 후보자는 85세의 임문빈씨(당시 서울여자의과대학 신경정신병 강좌교수)로 아내 남상숙(82)씨와 두 딸 태혁(54)·은혁(51)씨를 찾고 있다. 최연소자는 57세의 김성옥(일명 김성자)씨였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통 7~8명의 가족들을 찾는 데 비해 아버지 김정길(89)씨와 이모 한영금(73)씨 두 사람만 상봉대상자로 적었다.

◆출신지 및 성별

북측 후보자는 남자가 180명이고 여자는 20명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남측이 모두 70대 이상 고령자 중심인 데 비해, 북측은 60대가 절반을 넘는 104명이었고, 70대 이상은 95명에 그쳤다. 출신지역별로는 경기가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26명, 경북 24명, 충남 23명, 충북 20명, 전북 17명, 전남 14명, 경남 12명, 강원 10명, 제주 4명이었으며, 일본 출생도 3명이 있었다. /윤정호기자 jh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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