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의 ‘남북경제공동체’ 구상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남북경협을 보다 활성화하는 새로운 ‘틀’을 마련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위한 남북 양측 국책연구기관끼리의 공동협의를 제시한 것은 현재 당국간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북한의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북한의 호응 가능성을 높여보자는 구상이다. 정부 당국자는 “경제공동체라는 새 ‘모자’를 쓰고 일관된 대북포용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은 왜 이 시점에서 남북경제공동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을까? 사실 김 대통령의 이번 구상은 지난 92년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의 ‘경제공동위’나 과거 정권이 제시했던 ‘민족경제공동체’(88년), ‘한민족경제공동체’(93년)와 내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위탁가공 교역액만 1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남북경협이 활성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무언가 명확한 목적의식과 얼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적합한 국책연구기관을 선정, 빠른 시일내에 북측에 공식제의할 것”이라고 밝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럴 경우 국책연구기관으로는 남한의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통일연구원, 북한의 사회과학원 산하 사회과학연구소, 농업과학원 산하 농업경제연구소, 국제문제연구소, 조평통 산하 조국통일연구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 북한이 그 동안 당국간 공식적 대화를 제쳐두고 개별기업과의 개별교섭이라는 방식에 의해 경제적 실리를 취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책연구기관간의 협의라는 방식에 선뜻 응해 올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북한이 국책 연구기관을 ‘모자만 바꿔 쓴 당국자’로 볼 경우 이번 제의는 구상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권현기자 kh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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