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남북관계의 변화에 맞춰 북한 연구의 방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서대숙 미(미)하와이대학 석좌교수 겸 경남대 북한대학원장과 김영수 서강대 교수가 대담을 가졌다.



▲서대숙: 기존의 북한 연구의 문제점으로는 대개 몇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북에서는 김일성에 대한 과도한 관심으로, 남한에서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인해 독립운동기의 한국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연구가 없다. 또 북한은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김일성의 과거 경력을 너무 과장하고 있다. 이후에 진위가 가려질 것이고, 이것은 학자들의 과제로 남아 있다. 북한 체제는 1인 독재체제이지 사회주의 혹은 공산주의가 아니다. 이에 대한 학문적 증명도 필요하다.

▲김영수: 60~ 70년대 북한 연구가 반공 이데올로기로 채색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연구 성과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 북한 연구가 정치부문에 치중해 있고, 시기별 분야별로 공백이 많은 것은 문제다.

▲서대숙: 한국의 독립기념관에는 독립운동기 공산주의자가 전무하고, 북한의 혁명박물관에는 민족주의자가 없다. 우리가 정말 분단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학문세계에도 분단이 있는 것 같다. 후학들은 1945년 상황으로 가서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

▲김영수: 최근 북한학과가 생기고, 북한 연구도 붐을 타면서 북한 연구자에 대한 위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북한연구를 시작하는 학생들은 외국어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문제이다. 북한 연구, 한국 현대사 연구를 위해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에서 생산된 모든 자료를 섭렵해야 한다. 또한 북한 연구는 사회과학적 분석력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분야이다.

▲서대숙: 북한의 회담 대표가 오면 그 사람이 어떤 위치에 있고,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그런 내용을 정부에 알려주어야 한다. 예컨대 북한의 내각이나 장관들이 그들의 체제 내에서 가지는 위상은 남한과 매우 다르다.

▲김영수:남한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데는 자료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소설이나 영화 속에 나타난 인민들의 생활상, 전화번호부에 나타난 사회의 구조 파악 등의 방법을 사용한다. 북한의 특수성을 너무 중요시한 나머지 중국 베트남 쿠바 등 사회주의권과의 비교연구도 부족하다.

▲서대숙: 7·4 남북공동성명 체결시 한국 정보계의 수뇌들이 평양에 가서 김일성의 조국통일 3대원칙에 동의하고 왔다. 조국통일 3대원칙에서 ‘자주’는 미군철수, ‘평화’는 남한군의 현대화 중지, ‘민족대단결’은 남한내 반정부세력의 강화를 의미한다. 이것은 김일성 저작을 보면 분명하게 언급돼 있다. 7·4 공동성명의 3대 원칙이 지금까지 남북관계를 제약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안타깝다.

▲김영수: 북한의 1차자료 구입이 어려운 것은 정말 문제다. 남북관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법적으로는 북한 책을 소지하거나, 북한 영화를 학교에서 상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서대숙: 지금 구입 가능한 자료는 모두 모아야 한다. 예를 들어 1940년대 노동신문을 가지고 있는 곳이 몇 군데나 되는가?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소실된다. 그것이 선전선동을 위한 것이든, 우상화를 위한 것이든 모아 놓아야 한다. 연구의 생명은 자료이고 도서관이다. 한국에서도 정부의 자료 독점을 탓하지만 말고, 대학 도서관들에서도 적극적으로 자료를 모아야 한다. 대학에서 계획적으로 자료를 모아야 한다.

▲김영수: 지금까지 북한연구에서는 자료의 선점이 중요했다. 이제는 자료를 공유하고 연구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인터넷에서 일부 원전 자료를 볼 수 있어 좋다.

▲서대숙: 언론의 북한 보도에도 깊이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나진·선봉에 왜 투자가 안 들어 가는가에 대해 말이 많은데, 김정일이 이미 실패를 인정한 바 있다. 김정일이 실패라고 언급하면 북한체제에서 나진·선봉은 끝이다.

▲김영수:이제는 북한에 대한 사실 보도뿐만 아니라 해설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북한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언론이 해설을 붙여서 사실 보도를 해줘야 독자들이 북한을 이해할 수 있다. 언론에서 상호비방은 그만해야 한다. 하지만 비방과 비판은 다르다. 사실에 근거한 비판은 필요하다. 이제 북한연구는 ‘인민의 생활’이라는 구체적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북한의 학생들은 방학 숙제가 있는지, 성적표는 어떻게 나가는지, 대학 재수생이 있는지 등등 그들의 생활상을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것이 북한을 정말로 이해하는 첩경이라고 생각한다.

▲서대숙: 학문의 각론화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북한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세대들이 대략적인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각 분야에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정리=최용환 객원기자 yonghw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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