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한반도에서는 상당히 중요한 몇 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난 6월 평양에서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남·북한의 재통합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김대중 대통령은 이 대담한 방문 덕분에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이제 또 다른 대통령 한 사람이 평양을 방문하려고 한다. 하지만 빌 클린턴 대통령의 11월 방북은 한반도 평화를 증진시킬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남한과의 접경지역에 수많은 병력과 탱크·대포를 배치해두고, 테러리즘에 개입하고 테러리스트를 숨겨주고 주기적으로 미국과의 합의를 어겨온 억압적인 정권에 정당성만 부여하게 될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서둘러 방북하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민주정부에 대한 미국의 방위공약이 한반도의 안정을 확보하는 최선의 방법임을 다시한번 인정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공식방문은, 특히 그것이 중요한 정책전환을 포함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여러 달 동안의 세심한 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클린턴 대통령은 방북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 조명록 차수의 방미는 당초 11월 9일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갑자기 한 달 정도 앞당겨졌다. 조명록이 군복을 입고 백악관을 방문한 다음,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클린턴 대통령 방북준비를 위해 자신이 북한에 간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아마도 이 시점에서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기에 가장 부적합한 곳이다.

현재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일은, 1950년 한국전쟁을 일으킨 그의 아버지 김일성의 테러정책과 절연(절연)하기 위한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 김일성 시대에 북한은 미얀마에서 폭탄테러로 남한 각료의 일부를 숨지게 했고, 87년 항공기를 폭파한 일본 적군파 테러리스트에게 피난처를 제공했으며, 또 수십년간 일본여성과 한국국민을 납치해 왔다. 94년 김일성이 사망하고 김정일이 정권을 이어받았지만 북한의 테러정책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북한 인민군은 민주국가 남한을 향해 탱크 4000대, 병력수송용 장갑차 2000대, 대포 1만3000문, 그리고 병력 116만명을 배치해 두고 있다. 북한의 가공할 군사력에 비해 남한의 군사력은 그 절반에 불과하고,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3만7000명의 미군에 의해 보완되고 있다. 흉작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100만의 북한주민이 굶어죽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인민군은 계속해서 보급을 충분히 받고 강력한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비록 북한이 외국인들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든 통일이 이루어진 다음에도 미군의 한반도 주둔을 용인하겠다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 간행물에서는 2000년 9월 27일자 노동신문이 밝힌 바와 같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있어서 주된 목표는 미군철수라는 것을 시인하고 있다.

또 한 가지 고려에 넣어야 할 것이 있다. 중동평화협상이 결렬되고, 예멘에서 구축함 콜호(호)에 대한 폭탄테러로 미군 17명이 사망했다. 다음 달은 예멘에서 사망한 미군에 대한 추도식이 있은 지 겨우 한 달 뒤로,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할 시점이 전혀 아니다.

한국전쟁에서 죽은 미군과 예멘에서 죽은 미군에 대한 추모심은 클린턴 대통령으로 하여금 미국 또는 남한에서 추도식을 거행함으로써 연합군과 미군의 사망자를 기리고 한반도에 있어서 미국의 방위공약을 확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중동평화협상이나 구축함 콜호만큼 빨리 폭발해 버릴지도 모를 독재자와 손을 잡고 새로운 업적을 만들기 위해 성급하게 달려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래리 워츨/미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소 소장

/정리=금원섭기자 capedm@ 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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