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성공으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방문이 성사된다면 이것은 한반도에서 냉전시대의 유물 청산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일련의 놀랄 만한 발전 중 가장 최근의 것이 될 것이다.

북한의 외교 정책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역진(역진)하기, 헛돌기, 그리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지난 5개월 동안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국제적 정당성과 경제 원조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 6월의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 화해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사전 준비단계로서의 의미를 지녔다. 이런 발전은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약 한 달 전만 해도 내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클린턴 행정부의 세력이 점차 쇠약해지는 때이니만큼 미북 관계에 있어서도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하지만 대부분 북한이 주도한 최근의 발전상황을 고려해보면 미국이 올바른 접근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은 클린턴 대통령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기는 했으나 좀처럼 잡기 힘든 지금과 같은 기회를 이용해 북한이 얼마만큼 달라지는지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분명히 많은 요구사항이 담긴 리스트를 가지고 북한을 방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아마 북한으로부터 기대만큼 많은 약속을 받아내지는 못하고 돌아왔을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앞으로 클린턴 대통령 방북에 대한 최종 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올브라이트 장관은 서울을 방문해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포기하는 대가로 상업용 위성을 공급해주는 가능성에 대한 의견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이것은 이러한 무기들의 위협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잠재적으로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훨씬 더 고무적인 징조는 미국 정부가 즉시 북한에 미사일 전문가들을 파견해 더 많은 논의를 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논의가 정확히 얼마나 더 진전될 지는 불명확하다. 함정은 항상 세부 사항에 있게 마련이며 그것은 특히 미사일 제한 문제와 같은 전문적인 안건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게다가 미사일 문제 협상은 미사일 발사대 혹은 경비 원조를 제공할 수 있는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같은 다른 나라들의 참여를 요구한다. 이 같은 조율을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는 가이드라인을 담은 ‘공동성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북한은 자신들의 위성을 외국의 로켓을 통해 발사할 수 있다면 그 대가로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영구적으로 중단할 것을 약속하는 데에 동의할 지도 모른다.

클린턴 대통령이 북한과 같은 나라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대한 관계자들의 우려는 옳다. 하지만 가야 하는 이유는 가지 말아야 할 이유보다 훨씬 강력하다. 대통령 방문 뒤에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제한하기 위한 노력의 성과가 발표된다면, 그 명문화된 결과가 북한 방문 사실을 정당화할 것이다.

또한 클린턴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의 의도를 확실하게 전달하고 남한과 일본의 대북 관계 개선 노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대미관계 개선이 남북 화해의 대체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여전히 동북아시아 지역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냉전 시대의 대결구도에서 전환하고 있는 이 지역의 미래를 가꾸어 나가기 위해 힘써야 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 방북은 그러한 노력을 진전시킬 것이다.

조엘 위트 /브루킹스연구소 객원 연구원

/정리=이경은기자 eu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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