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이틀 동안의 북한 방문에서 경천동지(경천동지)할 뉴스는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이 대북(대북) 문제에서 최우선 순위로 꼽는 장거리 미사일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 해결점을 찾음으로써,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방북)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은 1994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북한 핵문제가 다소 잠잠해진 후, 북한 미사일 문제 해결에 온 신경을 집중시켜왔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함한 모든 문제를 논의했으며 위성발사를 지원하는 대신 북한이 미사일 개발 및 수출을 자제하는 구상도 다뤘다”고 말해, 미사일 문제에 집중 논의가 이뤄졌음을 밝혔다. 특히 지난 7월 김 위원장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말한 ‘외국이 인공위성체를 대신 발사해준다면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용의가 있다’는 제의도 상당히 논의됐을 거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전문가 협상에서는 미사일 개발·수출 중단에 대한 대가 제공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NPT(핵확산금지조약) 탈퇴 선언을 지렛대 삼아 경수로 지원을 끌어낸 것처럼, 미사일 개발·수출 중단 대신 큰 보상을 얻어내려 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브라이트의 24일 회견에서는 미사일 문제 외에는 이렇다할 합의 발표가 없었지만, 미·북 연락사무소 설치나 테러 지원국 해제 문제 등의 현안은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을 것이며, 조만간 또는 향후 클린턴의 방북 때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실제 많은 합의가 이뤄졌더라도 당장 공개하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향후 상황 진전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의 회견에서 언급되지 않았으면서도 실제로 상당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북한의 대미(대미) 최대 관심사인 ‘미·북 평화협정 체결’ 문제다. 이에 대해 미국은, 남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보장하는 ‘4자회담‘의 틀을 거듭 강조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 문제는 앞으로 긴 협상 과정으로 넘어가게 되리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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