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가 인생의 밑바닥에 있던 저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

3년전 부도 직전에서 자신의 사업체를 정리, ‘실패한’ 사업가로만 남을 뻔한 노인환(노인환·65·서울 반포동)씨. 노씨의 아침은 자신이 ‘사무실’이라 부르는 안방의 팩스를 챙기는 것부터 시작한다. 작년 4월 ‘탈북난민 UN청원운동본부’(본부장 김상철)에 참여하면서 생긴 습관이다. 국제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그는 작년 ‘중국의 북한난민의 실상’보고서 작성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383명의 재중(재중) 탈북난민의 인터뷰가 정리된 보고서는 99년 11월 한미(한미) 양국에서 발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노씨의 또다른 자원봉사 아이템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의 안내원. 98년 초부터 시작해 공연 때면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외국인 관람객을 안내하는 것도 영어, 일본어, 중국어에 능통한 노씨의 몫. 중학교 때부터 클래식에 심취, 90년대 중반 음악전문지에 2년간 공연평을 기고하기도 했던 노씨는 “매너없는 젊은 관객을 상대하는 것도 즐거운 고역”이라고 했다.

성남의 장애인-노인수용시설인 소망재활원과 인연을 맺은 것도 98년 무렵이었다. 친분이 있던 클래식 음악인들과 국악인들에게 도움을 요청, 4개월에 한번꼴로 ‘미니콘서트’행사를 마련했다. 노씨는 “40~50명이 서서히 연주에 빠져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함경남도 소호진에서 태어난 노씨는 97년 IMF위기 속에서 부도 직전까지 몰렸고 회사자산으로 부채를 정리한 뒤 은퇴했다. 32평짜리 아파트 한채만 남았고 부인과 사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노씨는 지난 1일 새 배필과 결혼식을 올리는 경사를 맞았다. 노씨와 여생을 같이 할 박옥자(박옥자·60)씨 역시 봉사활동이 맺어준 인연.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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