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분단으로 생긴 ‘기연(기연)’을 이제 통일을 향한 좋은 인연으로 만들어가요. ”

87년 서해에서 납북된 동진27호 어로장 최종석(최종석·56)씨의 맏딸 최우영(최우영·30·납북자가족모임 대표)씨와 같은 해 남한으로 귀순했던 김만철(김만철·61)씨의 막내딸 김광숙(김광숙·27)씨가 13년 만에 처음으로 만나 ‘화해’의 두 손을 붙잡았다.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연건동 한 카페. ‘괜한 원망’과 ‘인간적 죄스러움’으로 얽혀있던 ‘분단 2세대 두 딸’은 가슴 속에 묻고 살아왔던 한(한)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가족 귀순으로 동진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게 돼 늘 미안했습니다. 우린 그저 자유를 찾아 ‘따뜻한 남쪽 나라’로 왔을 뿐인데…. ”(김씨)

“광숙씨 가족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오지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북한의 맞교환 요구가 잘못이라는 걸 곧 깨달았어요. ”(최씨)

이들의 ‘기연’은 87년 1월 15일 같은 날짜에 납북·탈북사건이 함께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동진호 선원 12명의 송환을 약속하던 북한은 김만철씨 일가족 11명이 배를 타고 탈북, 일본과 대만을 거쳐 2월 8일 남한에 입국하자 맞교환을 요구하며 동진호 선원을 억류했었다. 이들은 “우리는 서로 입장이 다르지만 다같이 냉전시대의 상처에 아파하고 있다”며 “막상 만나고 보니 가슴 한구석이 시원하게 뚫린 것 같이 홀가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양쪽 가족 전체가 함께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로 약속했다. /김민식기자 callin-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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