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경협 실무접촉을 일방적으로 연기하고 이산가족 교환방문 등의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이를 심각히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북한이 대미(대미)외교에 치중하느라 잠시 남북관계에 눈 돌릴 새가 없는 것일 뿐, 남북 대화와 교류를 전면 중단하자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북측의 재개 연락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 온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다르게 취급한다는 방침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합의는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면서 “지난 19일 한적 총재가 합의이행 촉구 서한을 보낸 것도 이 같은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2일 “북한이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이 끝나면, 기존 남북관계에 눈을 돌릴 것 같다”고 희망 섞인 전망을 했다. 그는 11월 초로 예정된 이산가족 2차 교환방문 일정, 그것과 별도로 명단이 교환된 생사확인 및 서신교환 일정, 현재 지연되고 있는 남북 경협 실무접촉과 북한 경제시찰단 서울 방문 등의 윤곽이 10월 말쯤이면 잡힐 수 있지 않을까 내다봤다.

하지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북한방문이 확정될 경우 남북관계는 또다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있다. 가령 클린턴이 11월 중순 방북한다면 11월 초의 이산가족 2차 교환방문과 현재 지연되고 있는 경협 실무접촉 등이 모두 11월 하순으로 밀릴지 모른다. 뒤이어 예정된 4차 장관급회담(11월 28일~12월 1일), 이산가족 3차 교환방문(12월 5~7일), 3차 적십자회담(12월 13~15일) 등의 일정도 영향을 받을 것 같다는 것이 통일부의 판단이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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