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 참석에 이어 취임후 두번째로 유럽을 방문한 김대중(김대중) 대통령 내외는 2일 오후(현지시각) 로마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국제공항에 도착, 이틀간의 이탈리아 방문을 시작했다. 공항에는 양국 고위 관계자들 외에도 김 대통령이 야당시절 어려울 때 막역한 ‘해외후원자’ 중 한명이었던 미국의 포글리에타 주이탈리아 대사 등이 환영 나왔다.

김 대통령은 그랜드 호텔에 여장을 푼 뒤, 대통령궁 앞 퀴리날레 광장에서 열린 카를로 아첼리오 참피 대통령 주최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이어 참피 대통령의 안내로 대통령궁으로 이동해 브론지노 홀에서 50분간에 걸쳐 회담했다. 김 대통령은 지난 1월 북한과 공식 수교한 이탈리아가 북한과 접촉할 때 한국정부와 충분한 상의를 해줄 것을 당부했으며, 참피 대통령은 적극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한국시각 3일 오전4시) 대통령궁에서 열린 만찬에서 ‘수교 116년 된 유럽의 친한(친한)국가 이탈리아’에 대한 친밀감을 표시했다. “한국의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로마문명과 르네상스를 창조한 찬란한 문화와 인본주의의 전통이 가득찬 이곳을 방문하게 돼 기쁘다”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조화를 이룬 나라’ 이탈리아를 격찬했다.

김 대통령은 “두 나라 국민은 식생활이나 다정다감한 정서까지 많은 유사점을 지니고 있고, 우리 국민은 한국전 당시 이탈리아 적십자부대 젊은이들을 잊지 않고 있다”면서, “16세기말 일본의 침공을 격파해 나라를 구한 한국의 국민적 영웅에 대한 오페라 ‘이순신’이 12월 이탈리아에서 공연된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김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은 1884년 양국이 수호통상조약을 맺은 이래 처음 이뤄진 국가원수의 방문이다. 이탈리아는 또 전체 기업의 99.3%가 중소기업이고, 섬유·의류·가구·피혁·디자인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중소기업 보유국이자 서방선진국 중 처음으로 지난 1월 북한과 대사급 수교를 맺은 나라이다. 김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은 이런 점을 겨냥, ‘한반도 문제’와 ‘한·이탈리아 경협’에 초점이 모아졌다.

김 대통령의 이번 유럽 순방의 주목적은 ‘한·EU(유럽연합)간 경제협력체제 강화’이다. EU는 15개 회원국의 통합, 단일통화인 유로화 출범으로 세계 총생산(GDP)의 4분의1, 국제교역의 5분의1을 점하는 인구 3억7000만명의 거대시장이다.

/로마=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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