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이번 방북에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에서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는지를 자문해 봐야 한다.

미 국무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경제를 가진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이며, 올브라이트는 그런 자격을 갖고 평양에 가게 될 것이다. 더욱이 미국은 IMF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은 워싱턴의 승인이 없으면 세계은행이나 IMF로부터 단 10센트도 얻기 어렵다.

미국은 또 일본의 대북정책에 대해 어느 정도 영향력을 갖고 있다. 더구나 미국이 일본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와는 상관없이, 미국이 북한과 관계 정상화를 추진한다면 일본은 북한과의 화해를 더욱 촉진시키려 할 것이다. 일본 정책결정자들은 북한과의 관계 설정에서 ‘외톨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또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을 북한에 선물할 수 있다. 비록 레임덕 상태이긴 하지만 미국 대통령의 방문은 김정일로서는 외교적인 대성공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이 남한의 대북 포용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이 아마도 가장 중요할 것이다. 많은 한국인들은 대북 포용정책에 회의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그것에 반대하기도 했다. 미국이 미북관계를 승인하는 도장을 찍는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국내 입지는 강화될 것이다. 김 대통령은 자유세계의 지도자이자 한국의 군사동맹국인 미국이 자신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명확히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은 이처럼 강한 입지를 갖고 협상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북한에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가. 미국이 외국 원조의 문을 열어주기를 바란다면, 미국이 일본 총리도 방북하도록 돕고 포용정책을 축복해주기를 바란다면,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적 위협을 줄이는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점을 올브라이트는 북한의 파트너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북한이 평양북부·원산 라인에 배치된 다중 로켓 발사대와 중(중)포대를 옮기고 이 같은 무기체제를 감시할 수 있는 감지장치의 배치와 현장 시찰을 받아들인다면 이것은 미국이 보상할 만한 중요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보다는 덜 극적이지만 군사훈련의 통지나 군 배치를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긴장완화 조치를 취하는 것도 미국으로부터 낮은 수준의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요도호를 납치한 적군파의 추방문제나 일본인 납치문제 등 일본의 북한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에도 응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한국 방위 계획의 일부분인 미군기지를 유지함으로써 한국의 안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한일간의 선린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양국을 위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일 북한이 아무것도 내놓지 않는다면 올브라이트 장관은 평양을 방문할 기회를 즐기고 북한 당국자들에게 미국의 입장을 설명한 뒤, 북한 정부가 지역평화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약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올브라이트가 해야 할 일이다. 그녀의 방북은 어떤 성과를 거둘 것인가. 아마도 성과는 매우 작을 것이다. 현 미국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명확한 정책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없고, 임기를 불과 몇 개월 앞둔 클린턴 행정부에서 누구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관리들은 새 행정부나 사적 부문에서 새 일거리를 찾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몇몇 상징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이 크고, 공동성명은 발표될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은 평양을 그의 임기 중 마지막 외유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로버트 두자릭 /허드슨 연구소 연구원

/정리=주용중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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