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22일 워싱턴을 출발, 전용기 편으로 평양으로 간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번 방북(방북)은 조명록(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최근 워싱턴 방문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앞으로 미·북 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될 전망이다.

통상 10명 안팎의 국무부 출입기자들이 동행하는 것이 올브라이트의 외교나들이 관례였으나, 이번에는 그 중요성을 감안, 10명의 전용기 동승기자 외에 50명의 한·미·일 기자가 별도로 워싱턴에서 베이징(북경)으로 이동, 북한 측이 마련한 고려항공 편으로 입북, 취재할 예정이다.

올브라이트 장관의 이번 방북은 곧 있을 가능성이 발표된 빌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행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다. 올브라이트가 23~24일 평양에 체류하는 동안 두 나라 간의 ‘외교공관’설치가 어떤 형태로든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두 나라 사이의 외교공관 설치 발표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에 필요한 형식적 절차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올브라이트가 평양에 가서 ‘외교공관’ 설치를 발표하고, 곧이어 클린턴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할 경우 미·북 관계는 급류를 탈 것이 분명한 국면이다.

그러나 클린턴 행정부의 이 같은 발빠른 움직임에 대해 미 국내여론은 “최근 미국의 대북 ‘외교쇼’는 빌 클린턴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지는 20일 사설에서 북한이 동북아시아 긴장완화와 국제합의 준수, 인권개선 쪽으로 가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줄 합의와 조치 없이 미 행정부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 정권에 합법성을 부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인 조엘 위트씨는 20일 세미나에서 “북한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문을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클린턴 행정부는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을 대북문제의 목표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강효상특파원 hs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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