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저자인 한상일(국민대) 교수는 한 편에선 일본의 정치사상과 민족주의를, 또 한 편에선 한일 관계를 계속 연구해 왔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이런 두 가지 문제의식을 결합하면서 일본 지식인의 한계를 드러내려 하고 있다.

제1부는 1945년 이전 일본인의 한국상(상)을 대표적 사상가 4명의 조선관을 통해 분석한다. 먼저 후쿠자와 유키치(복택유길:1835~1901)는 조선 멸시관과 한민족 멸망론, 일본 독립의 울타리론 등의 한국관에 기초하여 조선은 지배의 대상이며 부국강병을 위한 탈아론(탈아론)의 일부라고 파악하고 있다. 한편 타루이 도키치(준정등길: 1850~1922)는 아시아 연대로 서세동점(서세동점)에 대처해야 한다며, 조선과 일본이 대등하게 통합, ‘대동국’이라는 합병국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다.

대정(대정) 민주주의의 사상적 지도자인 요시노 사쿠조(길야작조: 1878~1933)의 경우는 동화정책을 부인하고 ‘조선의 아일랜드화’를 모색해 식민자치제를 제시함으로써 보다 진지하게 조선문제에 접근했다. 그는 자신의 민주주의론과 일본의 식민지배 사이의 모순을 타협시키려 했다. 야나기 무네요시(유종열:1889~1961)는 자유주의 사상에 기초하여 조선인의 자유와 독립을 주장한 유일한 사상가였다. 그러나 그의 논리는 예술적 논리 위에서 강조되었던 한계를 드러냈다고 저자는 평가하고 있다.

저자는 제2부에서 진보적 지식인과 보수 지배계급을 대비시켜 변형되었지만 원형에 닿는 한국관을 발견한다. 대표적 진보적 잡지인 ‘세카이(세계)’에 실린 한국관련 기사를 분석해 보면, 일본의 진보적 지식인들이 남한의 독재정권을 비판ㆍ반대하면서 북한을 미화ㆍ후원하는 편향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한편, 한국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보수 지배계급은 식민사관, 한일합병 정당화, 식민통치 은혜론에 입각하여 ‘망언’과 ‘사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어 저자는 제3부에서 교과서 개정을 목적으로 하는 ‘자유주의 사관’과 ‘사죄의 주체론’ 언설(언설)을 경계하고 있다. 수정주의 역사관은 일본의 대국화를 위한 내셔널리즘 이데올로기의 재건이라는 과제를 담당하고 있음을 갈파한다.

이 책은 일본 지식인이 좌우 이념을 초월해 민족 우월주의에 갇혀 차별적이고 부정적인 한국관을 갖는 모순과 이중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일본 사회의 보수화 속에 우파적 목소리가 거침없이 터져나오는 오늘날, 냉소적 혐한론(혐한론)을 갖고 있는 지식인들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한국관을 갖고 있는 일반 대중이 21세기 일본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구축할 수 있을지 조심스럽게 지켜 볼 일이다. /이숙종·세종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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