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의 평양행 취재와 관련, 북한은 미국기자 외에도 10여명의 한국과 일본 기자들의 방북을 허용했다. 한국 언론사로는 연합뉴스, 동아일보, 중앙일보, KBS 등 4개사들이다. 조선일보는 제외됐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20일 오전(미국 동부시각) 이에 대해 “미국정부와 북한정부가 상의한 결과”라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정부가 이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명령(Dictate)한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정부 내에선 평양의 선발대와 주한 미국대사관, 국무부 대변인실 등이 협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19일 낮에는 “북한에 입국하는 것인 만큼 북한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정부와 상의했는가”는 질문에 “내가 아는 한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기자들에 대해서는 진작 올브라이트 장관 동행 취재를 허용하고 베이징(북경)에 50석 규모의 고려항공 전세기를 보내기로 합의했으나, 한국과 일본 등 취재단에 대해서는 20일 새벽(미국 동부시각)이 돼서야 입국을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브라이트 장관의 방북 취재에는 모두 100여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신청을 했다. 한국 언론 중 연합뉴스 특파원은 22일 아침 올브라이트 장관과 함께 국무장관 전용기에 탑승하고, 나머지 3개 언론사 특파원들은 베이징의 고려항공 전세기를 이용한다.

북한의 주도로 이루어진 이번 방북 언론사 선정은 그 협의대상이 미국정부라는 점에서 씁스레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한이 입국비자를 지렛대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는 데도 미국정부는 이에 동조한 셈이다.

북한에 장관을 동행하는 기자들의 명단을 통보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론사의 취재 가부(가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북한에 주는 것은 언론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교통편이 모자라면 미 국무부가 합리적인 기준으로 동행 기자를 선정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워싱턴=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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