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를 계기로 북한의 국제무대 진출이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ASEM은 20일 정치·안보 분야회의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서울선언’을 채택했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지지는 물론, 미국과 북한 관계의 발전에 대한 환영의 뜻도 담았다. 또 ASEM 26개 회원국과 북한의 대화, 인적·물적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때맞춰 회원국 중 영국, 독일, 스페인 수상들이 19일과 20일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의 개별 정상회담에서 직접 북한과의 수교 의사를 밝혔고, 네덜란드도 별도로 수교 의사를 발표했다. 선언 채택 과정에서 모든 회원국이 북한과 수교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ASEM 회원국 중 현재 북한과 수교한 나라는 유럽연합(EU) 15개국 중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포르투갈, 스웨덴 등 6개국.

따라서 ASEM이 끝난 후 EU 국가들과 북한의 수교교섭이 활발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11월이나 12월 중에는 북한과 EU간의 제3차 정치대화도 예정돼 있다.

식량난 등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북한측도 EU 개별국가와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백남순(백남순) 외무상은 외교관계가 없는 유럽 9개국에 수교를 제의하는 서신을 이미 지난달에 보낸 바 있다.

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점은 앞으로 북한측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날 서울선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과의 관계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국가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 문제, 상호주의 등을 거론한 점은 북한의 국제무대 진출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최병묵기자 bmcho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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