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19일 ‘ASEM(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외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전날 주룽지(주용기)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이날 하룻동안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롯해 덴마크·핀란드·말레이시아 등 총 5개국 정상들과 연쇄 개별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프랑스 정상회담

김 대통령이 가장 비중을 둔 것은 ‘북한과 수교하지 않은 EU 9개국과 북한의 수교협상에 EU의장국인 프랑스가 적극 협력해 달라는 요청이었지만 이 외의 경제 현안도 적지 않았다. 김 대통령은 프랑스의 TGV가 중국의 베이징(북경)~상하이(상해) 노선 건설사업에 진출할 때 한국기업과의 합작 진출을 적극 요청했다. 김 대통령은 또 1999년 기준 한·프랑스 교역 규모는 한·영(영)의 51%, 한·독(독)의 43%에 불과하다면서 적극적인 교역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라크 대통령도 프랑스 기업이 민자(민자)로 건설을 추진 중인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간 ‘해상도로’ 건설 허가를 조기에 내줄 것을 요청했다. 또 한국의 차세대 잠수함 사업,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프랑스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면서 대우전자 로렌 공장을 계속 유지해줄 것도 주문했다.

◆4개국과의 연쇄 정상회담

김 대통령과 블레어 영국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이날 영국이 발표한 북한과의 수교방침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블레어 총리는 서두에 “오늘 (영국) 외무장관이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고 운을 뗐다. 김 대통령은 이에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급속히 발전시키고 일본과도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북한과 긴장완화와 교류·협력을 추진,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바라고 IMF(국제통화기금) IBRD(세계은행) 등의 지원을 받게 했으면 한다”고 했다.

블레어 총리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 중 하나였는데 진정 변화를 바란다면 영국도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서 관계개선 등 변화를 모색했다”고 화답했다.

김 대통령은 앞서 폴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만나 차기 ASEM 개최국인 덴마크와 성공적인 ASEM 개최를 위해 긴밀히 협력키로 했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할로넨 대통령이 9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의 공동의장으로서 남북 정상회담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준 데 대해 사의를 표명했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는 회담에서 “김 대통령께서 한반도 긴장완화를 주도한 것은 아시아 평화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충분히 노벨평화상을 받을 만하다”고 축하했다.

/김민배기자 baiba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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