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 M) 참석차, 엘리자베스 2세 여왕께서 따뜻한 환영을 받았던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기쁩니다. 영국은 현재의 한·영 관계와 양국의 상대국에 대한 값진 기여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번 ASEM과 본인의 방한은 한반도에 큰 희망과 기대가 쏠리는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지난주 김대중 대통령께서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신 것은, 그의 포용 정책이 세계인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음을 보여줍니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인권, 한반도에서의 화해, 시장경제와 사회복지 개혁에 대한 김 대통령의 깊은 신념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동티모르 평화정착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과감히 동참한 그의 결정에 갈채를 보냅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정책을 형성하는 가치관은 영국이 추구하는 것과 동일합니다. 기본적인 인권과 훌륭한 통치가 존중되는 사회가 확실한 성장과 번영을 가져다 줍니다. 본인은 한국 체류 중 김 대통령과 만나 그의 업적을 축하할 예정입니다.

영국은 한국이 경제적 부흥을 구가할 때나 최근의 경제위기 기간 중에도 늘 한국의 우방이며 경제 파트너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이는 무역과 투자의 수치가 대변해 줍니다. 영국은 지난 4년간 한국에 22억달러를 투자했고, 양국 교역량은 연간 70억달러에 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8개월간 한국의 대영(대영) 수출물량은 32억달러로 25% 증가했으며 영국의 대한(대한) 수출량은 13억달러로 전년 대비 58%가 늘어났습니다.

영국은 한국과 아시아 국가들의 유럽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작년에 영국은 유럽의 총 해외투자액 중 24%를 유치했으며, 한국이 유럽 국가들 가운데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영국입니다. 현재 30개 한국 기업이 영국에 진출, 영국인 7500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브렌트퍼드의 최근 삼성데이타시스템(SDS)의 새 유럽 IT센터 개관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한·영 관계는 단순히 경제 파트너 관계만은 아닙니다. 영국에 2만여명의 한국인들이 거주하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집니다. 올 한 해 동안 9만여명의 한국인들이 영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되며 영국문화원으로 쇄도하는 영국 유학 문의는 10만 건이 넘습니다.

2년반 전 ASEM 회원들은 영국에서 개최된 제2차 ASEM에서 만났습니다. 당시 아시아 경제위기가 가장 심각할 때인데 그때만 해도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기 힘들었습니다. 이제 아시아 경제가 회복되고 있어서 기쁘며, 여기에 영국이 한몫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영국은 IMF의 국제금융에 대국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시장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투자단을 보냈으며, 세계은행(World Bank)을 통해 ASEM신탁기금을 설립하여 경제개혁과 구조조정을 위한 사회자본을 충당하도록 지원했습니다. 장기간의 대한 투자가 결실을 맺도록 환경 조성에 노력했고, 양국경제 협력의 필요성이 이해되도록 노력했으며, 그 결과로 일반 국민들의 생활이 개선되었습니다.

이번 ASEM은 유럽과 아시아를 긴밀하게 엮어줄 수 있는 중대한 계기입니다. 우리는 현재 지구촌 시대, 급속한 통신시대에 살고 있지만 지속적인 유대관계 구축과 상호협력 관계는 어느 정도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들, 즉 정치·경제·교육·문화·과학·기술 분야에서 이미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환경·마약·테러·인권문제 등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ASEM은 상호관심사에 관해 함께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회담의 주제는 ‘새천년의 번영과 안보 협력’이며 성과를 이루리라 기대합니다.

지난해 동티모르 사태에 대한 우리 양국의 협력은 분쟁 해결을 위한 아시아·유럽 협력의 훌륭한 예였습니다. 이번 ASEM에서 본인은 특히 북한이 국제사회에 새롭고 신뢰할 수 있는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도록 최상의 여건을 조성하는 데 협력할 것이며 평화·안보·번영의 한반도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원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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