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북한을 방문하고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 참석차 17일 서울에 온 루트거 폴머(48·사진) 독일 외무부 차관은 18일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가 북한과 수교를 위해 제시한 기준이 대체적으로 이뤄졌다”며 “ASEM이 끝난 후 북한과의 수교를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북 소감에 대해서는 “식량문제, 산업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사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폴머 차관은 1979년 창립된 녹색당의 창립 멤버로, 당의 대표적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녹색당과 외교정책’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역 의원이며 98년부터 외무부 차관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폴머 차관) “북한과의 공식회담에서 우리는 북한이 군축·군비통제에 대한 대화를 가지겠다는 소식에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북한에 대해 앞으로 더욱 문호를 개방하고 언론인, 유엔 대표의 입국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회담은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 ASEM이 끝나면 북한과의 수교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

―북한과의 수교 적극 검토는, 북한의 인권·핵·미사일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어렵다던 기존 입장이 변한 것인가?

“수교를 위한 세 가지 기준은, 첫째가 군축문제이고, 두번째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대한 적극적 반응이다. 세번째는 외국 대표·단체·언론인 그리고 인권 상황을 파악하는 유엔 대표의 자유로운 북한 입국 허용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이 세 가지 기준은 대체적으로 지금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

―수교는 언제쯤 가능한가?

“독일 연방정부내에서 협의를 해야 하고 EU 회원국, 미국과 긴밀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수교 시기는 아직 말할 수 없다. ”

―북한이 군비·군축 문제에 대해 대화하겠다는 건 어떤 이야기인가?

“곧 미·북 고위급 회담이 이뤄지기 때문에 사실상 미국하고 이런 문제를 다루는 것이 나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또 북한이 핵실험금지조약에 가입할 것을 요청했고 핵확산금지조약(NPT)의 확인조치를 제대로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

―식량지원과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무엇을 논의했나?

“북한은 계속적인 식량지원이 필요할 것이고, 의료시설도 계속 지원을 받아야 한다. 북한은 외부세계와 협력을 더 강화해야 하고 개방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 ”

―차관이 평양에 있을 때 김 대통령이 노벨상을 탔는데 북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첫날 만찬에서 건배할 때 내가 노벨평화상에 대한 축하의 말을 포함했다. 내가 보기에는 북한이 아직 공식입장을 결정하지 않은 것 같아 대답을 못하겠다. 서양인이 동양사람의 얼굴 표정을 읽는 것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 ”

―판문점을 넘어 서울에 오려고 했는데 북한이 반대했나?

“사실 육로(륙로)로 오려고 했다. (북한이 반대한 데는) 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같다. ”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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