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방한한 주룽지(주용기) 총리는 중국내 권력서열이 장쩌민(강택민) 국가주석에 이어 2위이지만 서울에선 ‘정상급 예우’를 받았다.

외교 의전상으로는 ‘국빈 방문(state visit)’의 바로 아래 단계인 ‘공식방문(official visit)’이지만,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주 총리에게 정상 예우를 했다. 회담에 앞서 청와대 대정원에 나와 주 총리를 따뜻하게 맞이한 뒤 육·해·공군 의장대 사열을 포함한 공식 환영식을 베풀었다. 그가 ‘중국의 경제 황제’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경제분야에서 권한이 막강하다는 점도 감안했다.

김 대통령과 주 총리는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1시간35분간 정상회담에 걸맞은 ‘단독회담’과 ‘확대 회담’을 가졌다.

내용도 한반도 정세와 남·북한 관계는 물론, 중국의 이동통신 사업의 CDMA 시스템 도입 및 중국 보험업에 대한 한국 업체 문호 개방문제, 양국 무역역조 문제 등 중요한 경제현안이 모두 논의대상에 오르고, 상당한 합의에까지 이르렀다.

회담이 끝난 뒤 김 대통령은 “중국이 좀더 많은 선물을 줄 것으로 생각했는데 모든 것을 철저히 경제논리로 풀어나가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조크하자, 주 총리는 “모두 대통령께 배운 것”이라고 응수했고, 김 대통령은 “그런 것은 배울 필요가 없는데…”라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김민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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