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시인해 미국을 경악케 한이후에도 워싱턴에서 북한에 대한 공격 논의는 전혀 제기되지 않고 있어 대량살상무기가 없다고 스스로 밝힌 이라크에 대해 전쟁준비를 차곡차곡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을 공격하지 못하는, 또는 공격하지 않는 것은 국제적 압력을 수용하는 북한의 자세와 이미 확보된 북한의 군사적 억제력, 북한의 경제적 곤궁 등 여러가지 이유로 풀이될수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우선 이웃국가들이나 자국 내에서 화학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주저없이 사용한 전력이 있는 이라크와는 달리 북한의 무기 획득 목적은 침략억제에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주목했다.

30년간 한반도 문제를 다뤘던 한 전직 외교관은 "북한은 최악의 독재정권이자기만적 정권이지만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억제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지역안정에 당장 위협을 주는 존재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이 점에서 미 행정부가 이라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옳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국무부의 한 관리도 이라크와 북한이 다른 것은 이라크가 대량파괴 무기를 사용한 전력이 있고 테러리스트와 연계를 갖고 있다는 점 뿐만이 아니며 북한이 "최소한가끔은" 국제사회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점이 바로 북한 문제에 대한 외교적 접근을 정당화하는 부분이라고 밝힌 이 국무부 관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은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 북한 주변 4개국이 외교적 노력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제거협상 가능성을 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에 대한 이같은 포용정책이 왜 이라크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지를 이미 핵무기를 획득했을 가능성이 있는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차이로 풀이하는 시각도있다.

핵무기 확산 문제 전문가인 게리 밀홀린 `위스콘신 핵무기 프로젝트' 소장은 북한이 빠르게는 1993년부터 한두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면서 이는 북한이 서울이나 일본 도쿄(東京), 심지어 미국까지도 공격할 능력을 보유하고있다는 의미여서 미국으로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서울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북한의 대포와 로켓 등 재래식 무기들도 지난수십년간 미국의 공격에 대한 억제력의 역할을 해왔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또 북한의 핵무기 획득 목적 역시 주변 국가들을 위협하기보다는 침략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며 이 점에서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 동기와유사하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이 인도의 군사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핵개발에 나선 것처럼 북한 역시 한국에 압도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설명이다.

또 북한의 경제적 곤경 역시 북한 핵 문제가 그리 시급한 현안은 아니라는 분석에 무게를 더해주는 요인이다. 북한은 지난 수년간 곤궁과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의 지원에 호소해야 했는데 이런 지원을 해줄 외부세력이 바로 핵무기의 해체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외교적 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북한 문제에 관한 한 가장 중요한 우방인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 행정부의 고려 요인이 됐을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는 풀이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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