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13일 오전 11시(현지시각) 오슬로의 중심지 드라멘가 노벨연구소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발표하는 자리에는 국내외 기자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특히 일본의 유럽 주재 특파원들이 대거 와서 눈길을 끌었다. 현장을 생중계한 노르웨이 TV 방송기자들은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유력한 수상 후보자로 거론되면서 한국 언론인들이 유례없이 발표식장에 많이 왔다”고 전했다.

군나르 베르게 노벨위원회 위원장이 마이크 앞에 서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김대중 대통령을 남한과 동아시아 전반의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에 기여한 공로로 200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히자 잠시 장내가 술렁거렸다.

노벨위원회는 김 대통령을 수상자로 발표하기 1시간 전 매년 관례에 따라 하랄드 5세 노르웨이 국왕과 총리, 외무장관에게 사전에 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게 위원장은 노르웨이어와 영어로 선정 이유서를 발표한 뒤 기자들과 30여분 동안 일문일답을 가졌다. 그는 특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공동 수상 가능성이 없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는 결코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이 후보에 올랐는가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태(박경태) 노르웨이 주재 한국 대사는 “이것은 참 감격적인 순간이고, 특히 노벨 평화상 시상 100주년에 수상하게 돼 그 의미가 더 크다”며 “우연히 여기에 주재하는 대사로서 이 영광을 옆에서 지켜보게 돼 개인적으로 행복하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 수상 소식이 알려진 뒤 한국대사관에는 한·노르웨이 친선협회 회장을 역임한 프랑크 갈렙 얀센(64)씨가 축하 꽃다발을 들고 왔다.

그는 “김 대통령을 라프토 인권상에 추천한 사람 중의 하나로서 노벨 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났다”면서 “12월 10일 수상식장에서 김 대통령을 뵙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오슬로에서 무역회사 킴스한델을 운영하는 교민 김인순(김인순·63)씨는 수상 소식이 전해진 후 대사관을 방문, “30년 동안 노르웨이에 살면서 오늘처럼 즐거운 날은 없었다”면서 “노르웨이 교민 250여명은 물론 전 한국인과 더불어 마음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교민회장과 연락이 되면 자축 모임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위원회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 오슬로 시청에서 노르웨이 국왕과 정부, 의회 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시상식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시상식에서 노벨의 옆 모습이 새겨진 금메달(23K)과 상금 96만8000달러를 받은 뒤 수상 수락 연설에 나선다.

/오슬로=박해현특파원 hhpark@chosun.com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