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대출에서는 도무지 ‘정상(正常)’을 찾아볼 수 없다. 어떻게 그렇게 시종일관 ‘실수’와 ‘이상한 것’만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인가? 산은(産銀)은 과연 언제까지 ‘우연의 일치’라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을 것인가? 이래도 ‘비(非)정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실을 호도하고 은폐하려는 속셈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현대상선에서 받은 대출신청서류들을 일차 기록한 ‘문서접수대장’이 조작의혹을 받고 있다. 2000년 6~12월 접수한 차입신청서 8건이 모두 정식번호가 아닌 임시번호(가지번호)를 달아 행간(行間) 여백에 기재돼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문서접수 당시 곧바로 대장(臺帳)에 기록하지 않고 나중에 끼워넣었다는 것이다.

대출신청서류 자체도 대표이사 서명 누락 같은 이상함 때문에 위·변조 의혹을 받고 있는 마당에 이를 접수한 대장도 의문투성이라는 사실이 과연 우연일 수 있을까? 산은은 또다시 ‘담당자의 실수’ ‘흔한 일’ 같은 상투적인 변명을 늘어놓고 있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작태일 뿐이다.

임시번호를 달아 뒤늦게 기재하는 경우가 간혹 있기는 하지만 현대상선처럼 차입신청서를 모두 사후(事後)기재한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8건 전부 동일인의 필적으로 추정되고 있다는 사실도 수상쩍은 부분이다.

오는 14일부터 산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감사원은 이런 의문점에 대해서도 명백히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에 앞서 산은 스스로 잘못을 규명하고 이실직고(以實直告)하는 것이 온당하다. 진실을 덮으려는 헛된 시도에 매달릴수록 국책은행으로서의 신용과 체통만 떨어질 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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