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도 유행이 있다. 평양과 원산을 중심으로 유행이 번진다. 나팔바지, 청바지, 장발, 선글라스, 세이코 손목시계, 아디다스체육복(츄리닝)이 대표적이다. 젊은이들은 먹을 것을 아끼면서까지 유행을 따라 갈려고 애를 쓴다.

원산항에는 북한을 방문하는 재일 교포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을 보고 젊은이들의 유행이 번진다. 1986년 초만 해도 나팔바지가 유행하다가 1989년 임수경이 쫑때바지(디스코바지)를 입은 것을 보고 이것이 유행하였다.

남한에서의 청바지는 북한에서는 진즈(jeans)바지라고 부른다. 북한당국은 자본주의 ‘랄라리’ 바지라며 못 입게 하였지만 젊은이들의 유행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격이 비싸 일제 청바지 하나에 북한돈 400원 (노동자 평균월급 100원)에 거래될 정도이다.

90년대에는 젊은이들의 장발이 사회적인 문제로 되었다. 사회안전원(경찰)들이 골목골목에서 단속하였고 사로청(청년조직)에서 두발이 불량한 젊은이들을 상대로 비판사업을 강화했지만 ‘용감한’ 젊은이들은 가위로 머리가 잘려도 포기하지 않았다.

김정일 위원장의 선글라스는 남한에도 잘 알려졌지만 1990년 무렵부터 북한에서는 선글라스가 유행했다. 당 간부들의 선글라스 애호로 한때 뇌물 순위 1위가 될 정도였다. 요즘은 젊은이들에게도 멋의 상징처럼 되어 일 할 때에도 선글라스를 끼는 사람까지 있다.

세이코 손목시계는 능력 있는 남자들의 상징처럼 되었다. 결혼 때 웬만한 집에서는 신랑에게 혼수품으로 해 간다. 북한 돈으로 보통 1500~3000원 정도로 고가이다. 북송 재일 교포들이 일본에 있는 친척들에게 제일 많이 요구하는 것이 세이코시계이다.

북한사람들은 ‘아디다스=체육복(추리닝)’으로 생각한다. 어린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체육복을 멋으로 입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아디다스 체육복은 500~600원 정도이다. /강철환 객원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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