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에서 새로 발견된 고분벽화의 고구려 여인을 보고 누구나 그 생동감과 아름다움에 놀랐을 것이다. 고분벽화의 많은 고구려 여인상이나 일본에서 발견된 다카마쓰(高松)고분의 고구려 여인들처럼 얼굴이 둥글고 이마가 넓으며 하반부가 풍만하여 후덕해 보인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곧 하반부가 갸름한 약소미가 아니라 널리 포용하는 심신의 건강미를 추구했음을 미루어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다른 점도 찾아볼 수 있다. 이전 벽화 속의 고구려 여인들은 눈썹이 성글고, 눈이 가늘고 작으며, 코도 작고 입도 코폭을 넘지 않을 만큼 작았다. 추운 지방에서 살았던 북방계 한국인의 특징으로 눈썹이 성근 것은 얼굴에 결빙수단이 되기 때문이요, 눈이 가늘고 작으며 쌍꺼풀이 없는 것은 눈부신 설원의 반사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코가 작고 긴 것은 차가운 공기를 조금만 들여 긴 코를 통과할 때 체온으로 덥히기 위함이며, 모세혈관이 집중된 입술이 작은 것도 열 손실을 막고자 작게작게 진화해온 것으로 설명돼 왔다. 한데 이번에 발견된 고구려 여인은 눈썹과 눈이 상대적으로 크고 또렷하기에 더욱 생동감을 주고 보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태까지의 고구려벽화 여인들 중 눈동자가 보이는 여인은 드물었기에 더욱 그러하다. 행여 눈이 큰 남방계 얼굴이 북방계와 아름답게 조화된 여인상인지도 모를 일이다.

형태가 흐려 보이지 않는 한쪽 귀가 커보이는 것도 고구려 여인상의 공통점이다. 얼굴의 다섯 기관(器官) 중에 귀만이 별나게 큰 것은 수렵시대에 소리에 민감할 필요 때문에 크게 진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귀가 큰 불상에 영향 받았거나 귀가 커야 귀인이라는 인식으로 크게 그려진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뒷목을 덮을 만큼 크게 쪽을 진 북계(北髻)와 머리 한 줄기를 얼굴 안쪽으로 뻗히는 애교 머리가 미에 악센트를 주어 현대감각에 영합하고 있기도 하다. 시원한 이마 위의 둥근 가공물은 고구려 여인에게 흔했던 얹은 머리가 아니라 둥근 장식물인 것 같으며 보기 드문 두발장식이다.

동서고금에 통하는 미인의 조건으로, 머리와 눈동자가 검어야 하는 이흑(二黑), 입술과 볼이 붉어야 하는 이홍(二紅), 이와 속살이 희어야 하는 이백(二白)을 드는데 보이지 않는 이 빼놓고 모두를 갖춘 고구려 미인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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