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급속한 관계정상화 조치를 시작함으로써 일본과 북한의 관계 진전도 급류를 탈 조짐이다.

모리 요시로(삼희랑) 일본 총리는 13일 주룽지(주용기)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양국 관계 진전을 환영하며, 중국과 함께 이 같은 일련의 긴장 완화 움직임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외무성 고위 간부는 “(공동성명 발표는) 미국과 북한 관계의 급속한 진전을 나타내는 것으로, 일·북관계에 있어서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들 모리 총리와 외무성은 일·북관계에 관해 “속도를 올리자”는 ‘급진파’였다. 이에 대해 보수파들은 50만t 식량 제공 등 일본 정부의 의욕에 대해 “지나치게 빨리 가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그러나 이번 미·북 합의로 총리와 외무성은 비난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의 거대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급진전에 내심 불안함을 갖고 있었지만 이번 미·북 합의로 그런 우려를 떨어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보수파이면서도 ‘임기 중 관계 정상화’라는 개인 목표를 위해 대북 관계를 밀어붙이고 있는 모리 총리는 미·북 정상회담 발표로 김정일(김정일) 위원장과의 정상회담 추진에 더욱 가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노나카 히로무(야중광무) 자민당 간사장도 “클린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 포함된 것은 상상을 넘은 것이다. 일·북간 문제도 미·북간 진전을 보면서 진행시켜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 외교 관계자는 “일본은 오는 30일부터 베이징(북경)에서 시작될 일·북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미국 합의를 계기로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할 것”이라며 “미사일 문제에 대해 진전이 이뤄진 만큼 일본이 관심있는 두 가지(핵·미사일과 납치 문제) 중 하나는 해결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12일 밤 “미 대통령의 북한 방문이라는 데 고무돼 안달하는 사람이나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과속(과속)’을 우려할 정도로 일·북관계 진전은 급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동경=권대열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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