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표된 미·북 공동성명은 “정전협정을 공고한 평화보장 체계(permanent peace arrangements)로 바꿔, 조선전쟁을 공식 종식시키는 데서 4자회담 등 여러 방도들이 있다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이는 북한이 기존의 미·북 평화협정 주장을 포기했다는 의미일까.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한도 미·북 평화협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음이 여기에 반영돼 있다”고 풀이했다.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이란 본질적으로 △불가침 경계선을 설정하고 △적대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는 것인데, 이는 실제로 대치하고 있는 남북간에 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또 다른 당국자도 “조명록(조명록) 특사의 미국 방문 과정에서 이 문제가 정식으로 거론되진 않았으나, 지난달 말 김계관·카트먼 접촉에서 북측이 제의한 남·북한과 미국간의 3자회담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북측은 미국이 4자 회담을 주장하자, 3자 회담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북이 주(주)고 남한이 종(종)인 3자회담을 제의했으며 이번에도 같은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공동성명 내용만으로 북한이 미·북 평화협정 주장을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정세현(정세현) 전 통일부차관은 “한국 등의 입장을 고려해 미·북 평화협정 대신 ‘4자회담 등’이라고 표현했을 수 있다”고 했고, 남북대화 전문가 이동복(이동복)씨는 “4자회담을 수용해도 북한과 미국이 평화협정을 다루고 중국과 남한이 참관인이 되는 형식을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한 불가침 협정과 미·북 평화협정’의 2중 구조가 북한의 구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북한의 대미(대미)외교의 목표가 전쟁상태를 종식시켜 미국에서 체제보장을 받는 것이란 점에서 ‘미·북 평화협정’을 완전히 포기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당국자는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미·북 수교도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때문에 북한의 분명한 입장은 앞으로 대미 관계 개선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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